인기 기자
(데스크칼럼)아집의 정치는 거부한다
2020-06-15 06:00:00 2020-06-15 06:00:00
"법사위를 뺏기면 야당의 존재 의미가 없어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지난 12일 의원총회 발언이다. 간단하게 풀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야당이 맡지 않으면 국회 일정에 함께 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낡은 정치세력과의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못박았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의 요구안을 수용해 그 이상 양보를 했다"며 "합의안 거부는 과거 동물국회 주도 세력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꽉 막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이대로라면 오늘 본회의는 여당만이 참석한 채 진행될 것 같다. 이후 국회 일정도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이와 같은 여야의 정치적 협상력이라면 이번에도 동물과 식물이 거론되는 국회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협상의 여지가 아예 없으니 논의를 진행할 수 없고, 논의를 할 수 없으니 타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앞으로 4년간 수 많은 쟁점법안과 이슈들이 나올 때 마다 이런식의 행태가 반복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른바 상원의 역할을 한다고 여겨지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수 많은 상임위 가운데에서도 유독 법사위를 뺏기지 않겠다는 '일전불퇴'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상임위는 위원장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기구가 아니다. 법안이 상정되면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 등을 거쳐 처리하는 과정에서 위원장은 의사봉을 쥐고 중재 역할을 한다. 물론 의사봉을 쥔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권한이긴 하지만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의사봉을 누가 쥐든 개별 법안의 논의와 심의가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우선이라 하더라도 소수의 목소리도 반영해야 하는 만큼 소위 등에서 충분히 의견 교환과 개진이 가능하다.
 
제도의 문제는 그 제도 자체에 있다기 보다 이를 운용하는 이에게 있다는 말을 허투루 흘려서는 안된다. 이미 국회는 대의민주주의의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의외로 쟁점들이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당론을 우선시하는 정치 행태도 바뀌었으면 한다.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자리잡은 정치선진국 대부분은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개별 입법기관으로서 법안 제·개정에 집중한다. 행여 본인이 속한 당의 당론과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입법기관으로서 이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법을 발의할 수 있다. 
 
4년의 국회 회기는 상반기 2년과 하반기 2년으로 구분된다. 국회의장도 2명이 나오게 돼 있다.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추 2년 정도 남았다. 그렇다면 집권여당이 정책을 주도하되 야당은 상임위 내에서 합리적 근거로 철저히 견제할 수 있도록 치열한 논리 싸움을 펼쳐야 한다. 법사위원장을 가져야 승리한다는 공식은 버리고 마련된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유연한 정치가 보고 싶다.
 
소신과 아집은 다르다. 이쯤이면 돌아 앉은 여야에 대해 국민들은 소신보다는 저마다의 아집으로 파행을 초래했다고 평가할 것이다. 국민들은 또 다시 절반이 비어있는 국회 본회의장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집으로 꽉 막힌 정치를 하라고 국민들이 표를 준 것이 아니다. 
 
권대경 정경부 에디터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