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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규제 1년'②) "방심은 금물, 정부 주도 지원 이어가야"
플루오린폴리이미드 92.9%, 포토레지스트 86.7%…일본 높은 의존도 여전
한일 무역 갈등의 골 깊어져…높아지는 불확실성·추가 제재 '우려'
2020-06-29 06:01:00 2020-06-29 06:01:00
[뉴스토마토 김광연·권안나 기자]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주요 소재 수출규제 조치 이후 1년이 지난 가운데, 급한 불은 껐지만 과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도 높이기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일부 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데다, 추가 제재 가능성으로 불확실성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민간과 정부의 협심으로 자립적인 생산 구조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액은 664만1000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2018년 7월~2019년 5월) 보다 89.4%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6월까지 불화수소 가스의 일본 시장 의존도는 44.6%였지만 7월 이후 9.5%까지 낮췄다. 생산공정 가운데 일부를 국내 조달이 가능한 저순도 불화수소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고순도 불화수소가 아닌 다른 품목들의 일본 수입량은 오히려 증가했으며, 의존도도 플루오린폴리이미드가 92.9%, 포토레지스트가 86.7%로 상당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의 지난해 7월 부터 올해 5월까지 일본 수입액은 2962만8000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34%나 증가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등 국내 기업들이 시제품 테스트에 돌입했지만 양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포토레지스트도 지난해 7월 이후 일본 수입액이 2억7474만3000달러로 전년 동기 보다 3.5%가 늘었다. 국내 업체들의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생산량이 급증했고, 유럽산 제품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했지만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 특히 삼성전자가 차세대 미세공정에서 사용하는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기술 난이도가 높아 단기간에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일 갈등 장기화 조짐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와 일본의 추가 규제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당장 생산 차질이 있을 정도의 문제는 없더라도 쓰지 않아도 될 시간과 비용, 인력을 소모해야 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일본이 언제 어떤 항목을 규제 품목으로 추가할지 몰라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과의 분쟁 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도해 왔다. 특히 일본이 수출규제 이유로 지목한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한일 정책대화 등과 관련된 근거들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성의있는 태도를 보였다. 수출관리지원조직인 전략물자관리원 인력을 25% 증원하고, 무역안보 업무를 전담하는 무역안보정책관 신설하는 등이 제도 개선이 이 같은 과정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수출규제 해지를 유예했고, 한국도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법적 분쟁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양국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일본 정부는 특히 한국의 WTO 재소에 반발하며 추가 보복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 일본전문가는 "일본에서 지난 1년간 주판을 튕겨봤을 때 크게 이득이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음에도 정치적인 이슈가 걸려있기 때문에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두자리수 이상의 보복을 생각한다고 말을 내뱉은 이상 적어도 예년 수준 이상의 보복은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강도를 한차원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부장 기업이 수요 기업과 신속하게 연계될 수 있는 정책 및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학교와 연구 기관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한 협력채널 구축과 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인재 양성 등 R&D 측면에서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정이 일본의 추가 수출 보복 조치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소부장 시즌2'의 지원 범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소부장 시즌2 전략은 인력 수급,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100대 핵심 전략품목의 공급을 안정화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중심의 공급망을 세계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그림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소재 부품 등 모든 것을 대기업이 다 할 수 없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반도체 연구개발(R&D) 비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반도체를 적극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 수준보다 기업들이 더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연·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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