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지원을 늘리고 글로벌 기업 R&D 센터 유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일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한일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반도체, OLED 제조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로 인한 영향을 살펴보고 한일 경제 관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불화수소 수입액은 403만달러(1~5월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8% 감소했다. 수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43.9%에서 12.3%로 낮아졌다.
포토레지스트는 비중이 91.9%에서 88.6%로 줄었지만 수입액은 1억5081만달러로 33.8% 증가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입액은 1303만달러로 7.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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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원(오른쪽)과 이오테크닉스 직원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박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일본 수출규제에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했는데 품목에 따라 결과는 달랐다"며 "소부장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소업체 간 M&A를 독려하거나 잠재력 있는 업체 지원 강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로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및 업체 다변화를 위한 관련 기업의 국산화 지원 강화 △R&BD(사업화 연계기술 개발, 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사업 추진 △글로벌 기업 R&D 센터 및 생산기지 국내 유치 적극 추진 등을 제시했다.
반도체는 장비 분야 기술 개발, 디스플레이는 부품 분야 기술 개발이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하면서 글로벌 반도체·디스플레이 소부장 사업단 설립도 제안했다.
일본과의 협력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과 교수는 "국내 소부장 산업이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며 "한일 소부장 산업의 강력한 분업체계를 통해 2018년 기준 811억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전체 제조업으로 확대하면 1233억달러"라고 말했다. 한일의 분업체계 붕괴로 이만큼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 기업 관점에서 안정적 비용 절감, 국산화,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양국 소부장 특화지역을 마련해 기업 간 R&D 프로젝트 활성화, 공동 기술 개발·생산, 고숙련 기술자·경영자 교류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정부가 선정한 소부장 100대 전략품목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의 61%에 불과하고 특히 반도체(38%)와 디스플레이(50%) 분야 기술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일본 등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힘을 키워야 한다"며 "한일 외교 관계 정상화 조짐이 없고 WTO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간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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