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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생들 앞에서 '학폭피해' 조사, 인권침해"
인권위 "관계회복 노력 아니야…오히려 2차 피해 야기 시켜"
2020-07-07 15:48:40 2020-07-07 15:48:4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를 공개적으로 조사한 행위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7일 인권위에 따르면 중학교 야구부원인 피해학생은 지난해 12월24일 교무실에서 나오면서 같은 야구부원 학생이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학생 부모는 학교장에게 이 일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고 학교장은 야구부 감독 A씨에게 조사를 지시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를 공개조사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가 진행된 야구부 실내훈련장. 사진/뉴시스
 
A씨는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부원 20여명이 모여 있는 자리 앞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세운 후 사실관계를 물었다.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이 고의로 부딪쳤다고 말했다. 반면 가해학생은 고의로 부딪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두 학생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A씨는 다른 야구부원들에게 사건을 목격했는지 물었다. 야구부원들은 둘이 부딪히는 장면을 보지 못했거나 가해학생이 고의로 부딪친 것 같지는 않다면서 피해학생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후 A씨는 피해학생에게 "야구부원들과 같이 운동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피해학생은 "억울해서라도 야구를 관둘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A씨는 동급생인 야구부원들에게 "너희들은 (피해학생과) 같이 운동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야구부원들은 "같이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A씨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학생들 앞에서 조사한 것이고, 다른 학생들에게 '같이 운동할 수 있냐'고 물은 것은 화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학교 폭력 피해호소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조사한 것은 비밀 보장과 공정성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 조사하라는 가이드라인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독의 공개적인 조사와 질문은 피해자와 다른 학생들과의 오해를 풀고 상호 이해 및 관계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2차 피해를 야기하는 등 결과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씨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주의' 조처를 내리고, 학교 폭력 조사 방법과 아동 인권에 대해 직무교육을 하라고 해당 중학교에 권고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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