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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국군포로' 배상, 김정은 해외 은닉재산 '관건'
첫 승소 판결 이후 소송 이어질 듯…"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책임도 물어야"
2020-07-08 15:23:27 2020-07-08 15:23:27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에 잡혀 강제노역한 후 탈북한 국군 포로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정권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문제는 손해배상금을 어떻게 받느냐다. 법조계는 원고 측이 해외 은닉 재산을 동결, 압류하는 방식으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한모씨와 노모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해 한씨와 노씨에게 각각 21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탈북 국군포로 한모씨와 탈북민지원인권단체 물망초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상대 손해배상 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질적인 배상 방법으로는 북한의 해외 은닉 자산에 대한 압류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직후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족들은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5억114만달러(약 6083억원)를 지급받으라는 판결을 받았다. 유족들은 이 판결을 근거로 북한이 전 세계에 은닉한 자산을 찾아 나섰다. 미국 정부에 압류된 북한의 석탄 운반선 ‘와이즈 어니스트’호 선박 매각대금 일부와 미국 내 은행의 계좌에 묶여 있던 북한 관련 자금 2379만달러(약 290억원)을 찾아냈다. 
 
원고 측은 국내 북한 자산의 일부인 북한의 저작권료 공탁금에서 배상받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리인단에 따르면 2005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주도로 만들어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은 북한의 조선중앙TV 영상을 비롯한 모든 저작물을 사용할 때 북한에 저작권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이후 대북송금이 차단됐고 저작권료 20억원은 법원에 공탁돼 있다. 
 
원고 측의 법무법인 제이앤씨 구충서 변호사는 "공탁금의 수령 주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지만 이번 판결로 추심을 집행할 근거가 마련됐다"며 "이번 주 내 법원에 채권 압류와 추심을 신청해서 결정을 받아 배상금액만큼 원고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에서 공탁금 압류나 추심 결정이 나면 원고 측은 채무자인 북한과 제3 채무자인 법원 공탁 공무원에게 공시송달을 보낸다. 공시송달이란 주소불명·수령거부 이유로 법원이 보낸 서류가 소송 당사자에게 송달되지 않았을 때 '법원이 일정 기간 해당 서류를 보관할 테니 찾아가라'고 공지한 뒤 그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당사자에게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결정문 효력은 제3 채무자에게만 도달해도 발생하기 때문에 법원 결정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 배상금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최초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향후 유사 사건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5일 6.25 당시 납북 피해자와 후손들 13명은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총 3억4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을 대리하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김태훈 변호사는 "전날 법원의 판결로 인해 승소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고 보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이 북한으로부터 배상받을 길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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