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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금융투자를 바라보는 색안경
2020-07-27 06:00:00 2020-07-27 10:54:23
이종용 증권데스크
올해 금융투자업계가 시끄럽다. 코로나19 충격에 출렁이는 롤러코스터 증시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들의 뭉칫돈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한켠에서는 라임에 이어 디스커버리, 팝펀딩,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중단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투기판으로 변질 되는 것을 막고자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하는 동시에 전례없는 선보상 등 배상안을 마련하고 있다.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히 회복하기 위한 일련의 방향성은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올바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운용사의 '사기극'으로 드러나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 현장 속에서는 투자자를 겨냥한 비난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문제가 된 사모펀드 판매사들은 "동네에 몇 없는 증권사 지점을 스스로 찾아 온 것만으로도 손실을 감수한 셈"이라거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익이 나면 칭찬도 하지 않으면서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덜 먹으면 난리가 난다"는 말 따위를 한다.
 
원금 손실의 위험이 큰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가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이 당국이나 금융사의 책임을 미루기 위한 논리가 되는 형국이다.
 
코로나발 급락장에 주식을 대량 사들인 개인투자자에 대한 관료들의 쓴소리도 마찬가지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개인의 증시 유입이 한창일때 "한국에 상당한 투기성 세력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동학개미"라고 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에 대한 여론의 관심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개미 투자자 대부분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는 윤 원장의 전망은 다행히 빗나갔지만, 이후에도 금융관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증시가 투기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당부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대통령이 개인 투자자들을 달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듯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응원이 필요한 시기, 개인투자자들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코로나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참여 확대로 외국인들이 비운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치는데 큰 힘이 됐다"며 투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때문에 금융세제 개편안 방향이 급선회하기도 했다. 대통령 한마디에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공제액이 5000만원으로 크게 확대되는 등 주식 투자에 대한 소득을 매기려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일반화 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금융투자를 투기라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이 있다. 제로금리에 가까운 은행 예적금보다 좀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각종 파생상품에 간접투자하거나 주식 같은 직접 투자에 나선다.
 
흔히 하는 말로 투자와 투기는 한 끗 차이라고 한다.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해 타이밍을 보아 자금을 투입한다는 면에서 투기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에 종사하거나 관련 제도를 만드는 당사자들이 색안경을 끼고 투자자들을 바라보는 것은 곤란하다.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단정 짓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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