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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사망·은폐' 차병원 의료진들 항소심도 실형
법원 "업무상 과실치사보다 편중된 정보 이용한 증거인멸죄 더 무거워"
2020-08-11 12:39:15 2020-08-11 12:39:15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신생아를 떨어트려 죽게 한 사고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분당 차병원 의료진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최한돈)는 11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분당차여성병원 소속 의사 문모씨와 이모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각 징역 2년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병원을 총괄하는 부원장 장모씨와 신생아를 다치게 했음에도 이를 진료기록에 반영하지 않은 혐의를 받은 이모씨에게도 1심과 같이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사전자기록변작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다른 범죄 전력 없이 의료인으로서 성실하게 종사했다"면서 형량은 유지했다.
 
신상아를 떨어트려 죽게 한 사고를 은폐한 분당차병원 의료진들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분당 차병원 전경.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이씨가 아기를 안아 옮기면서 넘어졌고 그로 인해 아기의 머리가 바닥에 닿은 것이 인정된다"며 "아기의 뇌출혈 등이 자궁 내 혹은 분만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이 사건 낙상과 아기 사망의 인과 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의 업무상 과실치사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피고인들이 그 후 보인 증거인멸 행위가 훨씬 무겁다"며 "의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행한 결과는 안타깝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편중된 정보를 이용해 사실관계를 은폐·왜곡한 의료인에게 온정을 베풀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편중된 정보를 이용해 사고 원인을 숨겼고, 오랜 시간이 흘러 비로소 개시된 수사에서도 사실관계를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대신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아기의 보호자와 합의했다고 해도 엄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6년 8월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를 옮기는 과정에서 아이를 바닥에 떨어뜨린 뒤 영아가 사망하자 관련 증거를 없애고,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아이 부모에게는 낙상과 그에 따른 두개골 골절, 뇌초음파 촬영결과 등을 전혀 알리지 않고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표기한 뒤 부검 없이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개골 골절과 출혈 흔적이 담긴 신생아의 뇌 초음파 기록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하기도 했다.
 
1심은 "환자들이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이 신뢰를 배반하고 범행을 저질렀고, 의료 일반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든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문씨와 이씨, 장씨에게 각 실형을 선고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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