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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800원 vs 모빌리티 업계 300원…좁혀지지 않는 기여금 논쟁
업계 "현 상태로는 기여금 부담 과다…규모화·수익창출 불가능"
국토부는 큰 이견 없었단 입장…"이달 내로 의견 수렴 과정 한차례 더 거칠 것"
2020-09-06 09:00:00 2020-09-06 09: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권고안이 논의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지만, 모빌리티 업계와 국토교통부가 플랫폼 운수사업(1 유형) 사업자의 기여금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운행 건당 800원' 수준으로 기여금을 책정했지만, 업체는 '300원 이하'가 아니면 수익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법안 제정 당시 국토부는 '타다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집니다'라고 홍보했지만, 여전히 업계와 시각차가 커 제2의 타다 탄생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용산구 서울역 택시 승하차장의 택시와 타다 베이직. 사진/뉴시스
 
6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모빌리티 혁신위원회 권고안을 놓고 이달 내로 한 차례 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칠 계획이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달 20일 간담회를 열고 혁신위 권고안 초안에 관해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와 택시업계 등의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혁신위 권고안 초안에 따르면 '타다'와 같이 택시 면허가 없는 1 유형 사업자는 세 가지 방식 중 한 가지를 택해 택시발전기금 차원에서의 기여금을 납부할 수 있다. 1 유형 사업자는 △매출의 5% △운행 횟수 당 800원 △허가 대수당 월 40만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운영 대수에 따라 기여금 면제가 가능하다. 100대 미만은 전액 면제다. 200대 미만은 기여금의 25%, 300대 미만은 50%를 낸다. 300대 이상을 운영할 경우에는 기여금 전액을 내야 한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모빌리티 업체들은 국토부가 업계 피드백을 반영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 모빌리티 업체 대표는 "당시 국토부가 업체들이 낸 의견을 그 자리에서 기록하며 정리를 했다"며 "건당 800원 혹은 5%의 기여금이 너무 높다는 저희 의견을 반영해 조정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은 가맹택시 형태의 업자들이 보통 4% 이하의 기여금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업계는 혁신위 권고안 초안대로 기여금이 적용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택시는 혼잡 통행료 면제나 유류비 감면 등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데, 1 유형 사업자에게는 이런 혜택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은 세금대로 내는데 기여금까지 추가로 내는 것은 힘들다"며 "다른 교통수단이 지원받는 만큼 같이 받아야 고객에게 지금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계는 적정 기여금이 '운행 건당 300원 이하'라고 발표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운송플랫폼사업 활성화 방안 리포트'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기존 법인택시 운영사례를 참고해 1 유형 사업 손익을 분석했다. 보고서의 계산에 따르면 1 유형 차량 한 대의 월 운송수익은 약 890만8000원, 운송원가는 악 847만5000원으로 월간 사업이익은 약 43만3000원이 된다. 여기에 1일 운행 건수 약 35건에, 한 달 근무 일수를 26일로 적용하면 건당 사업이익은 '약 476원'이 된다. 보고서는 여기에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기여금이 '운행 건당 300원 이하' 수준이 돼야만 적자를 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타다의 운영사례 등에 비추어 볼 때도 1 유형 사업을 통한 이익 창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새로이 플랫폼을 개발해야 하는 사업자의 경우 개발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어 그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타다의 적자는 약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300대까지 기여금이 면제 또는 할인되지만 1000대 이하로는 수익을 낼 수가 없다"며 "혁신위 권고안대로 기여금을 낸다면 규모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1 유형 사업에 뛰어들 기업이 없다"고 지적했다. 약 1500대 규모로 운영한 타다도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 300대 수준의 소규모로는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생각은 다르다. 업계에서 혁신위가 마련한 기여금 수준에 대한 불만이 크게 없었다는 판단이다. 박준상 국토부 모빌리티정책과장은 "의견 수렴 당시 현장에서는 기여금이 많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며 "택시단체 쪽에서는 오히려 기여금이 적다고 불만이 높다"고 설명했다.
 
코스포가 제시한 '운행 건당 300원 이하'의 기여금에 대해서도 이를 반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박 과장은 "코스포가 관련(모빌리티) 업체를 대표하는 단체는 아니다"며 박 과장은 "리포트는 제출을 받았으니 검토해 위원회와 논의하고 있지만, 그게 (코스포와) 어떤 대화나 협의를 지속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모빌리티 업계는 결국 모빌리티 플랫폼 판이 택시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해석했다. 기여금과 총량제의 존재 자체가 1 유형에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면서 참여자가 부족해 시행령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현재 1 유형에 들어온 기업은 파파의 '큐브카'와 고요한택시의 '코액터스' 정도인데, 이들의 의견을 모빌리티 업계 대표 의견이라고 보기 힘들어졌다"며 "결국 기여금을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이 들어오거나 타다가 부활하는 것 외에는 1 유형이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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