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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부실 징후 잡자" 은행들, 신용리스크 관리 고도화
위기상황분석 방법론 개선…업종별 부실징후 제고 차원…규제 속 우량고객 확보 차원도
2020-09-20 12:00:00 2020-09-20 12: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은행권이 신용리스크 관리 체제를 고도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대출 만기유예 조치가 연장되는 등 금융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내외 환경변화가 업종별, 여신별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모니터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통합위기상황분석 방법론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위기상황별 설정 변수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업종별 리스크측정 요소 추정치를 다시 본다. 이를 통해 비소매 기업에 대해선 부도율과 신용등급 전이에 내재된 요인들을 체계화·세분화할 계획이다. 소매와 소호(SOHO)에 대해선 전이 추정에 금리·실업률 등 다양한 거시환경 변수 반영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급격한 대내외 환경변화로 인해 예측이 어려운 이슈 혹은 위기상황에서 신속한 영향도 파악을 위함"이라면서 "취약영역 감지를 통해 은행의 전략적 경영 의사결정을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통합위기상황분석 개선'을 위한 사업자 모집에 나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추정방식 보완에 나섰다. 이미 기업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리스크 관련 인력들을 확대하면서 부실 징후를 등급별로 나누는 등 집중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위기대응협의회와 유동성관리협의회, 여신관리협의회 등 3개로 세분화해 운영 중이다. 특히 여신관리협의회에선 주 1회 단위로 여신별 건전성을 고려해 한도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업종별로 등급을 정하는 산업등급평가도 새로이 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은행들은 기존 여신전략을 다시 살필 필요가 커졌다. 올해 은행권은 본격적인 저금리·저성장 영향을 전망해 낮은 성장 목표치를 설정했는데, 1분기에만 연간 대출 계획에 상당 부분을 채우면서 '깜짝 실적'만큼 리스크 부담을 안았다. 여기에 정부가 연초 실시한 코로나 피해기업 대출 이자 유예·만기 연장이 내년 3월까지 연장되면서 부실 차주에 대한 판별력이 줄어든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발 대출 지원은 보증서 대출이 많아 부실에 대한 우려가 적다"면서도 "만기가 연장됐거나 이자 유예로 묶인 대출은 부실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아 잠재적 리스크가 크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니터링 확대에는 여신전략 변화도 자리하는 모양새다. 국민은행은 그간 55대 45 수준으로 유지하던 가계와 기업 대출 비중을 50대 50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가계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의 증가로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비율) 부담이 늘어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예대율은 2분기 말 기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규제기준인 100.4%를 넘어섰다. 코로나로 당장엔 정부가 105%까지 규제비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예대율에 15% 가중치가 붙는 가계대출보다 마이너스 15% 가중치가 적용되는 기업대출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은행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2분기 말 기준 신한은행의 예대율이 99.4%,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97.5%, 97.9%다. 정부의 예대율 규제 완화는 내년 6월까지로 은행들은 높아진 예대율의 연착륙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예대율의 분모에 자리하는 예수금 확보에는 비용 부담이 커 우량차주를 선별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코로나19로 위험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낮아지자 은행들이 위기상황을 대비한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한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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