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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핀셋이라 쓰고 땜질이라 읽는다
2020-09-25 06:00:00 2020-09-25 09:06:10
이종용 증권데스크
초보 주식 투자자를 '어린이'에 빗대어 만든 주린이(주식+어린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심각하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유튜브에서는 주식투자 관련 채널 구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막대한 종잣돈이 필요한 부동산에 비해 소액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주식 투자는 젊은층의 눈길을 잡기 충분하다. 인터넷 활용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모바일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거나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신용대출을 받는 게 어렵지 않다.
 
금융당국 관료의 경고음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개인투자자들의 무분별한 빚투와 해외주식 투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데 이어 기획재정부 차관도 "세계 주요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당국으로서는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기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문제는 적절한 대책이 수반됐을 때 얘기다. 당국은 ‘핀셋 규제’로 꼭 규제가 필요한 부분만 손을 본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최근에서야 신용대출을 관리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저금리에 맞물려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가 많아졌다는 판단에서다.
 
한창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관리하겠다고 발표했을 무렵 주변에서도 신용대출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이 막히기 전에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최대한 받아내 주식에 뛰어들겠다며 그린 뉴딜주를 주목하고 있다고 기대감이 높아보였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처방전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국은 고신용·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출 한도가 소득의 2배 수준인 고신용·고소득자의 경우 생계자금으로 신용대출을 이용한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부동산 규제의 개념과도 겹쳐보인다. 생계형(실수요) 자금이 아닌 투자용(주식) 신용대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쪽에서는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 계획을 통해 개인·기관의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투자 손실을 정부가 보장해준다는 '관제 펀드' 논란을 불사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며 주식 양도세 완화 등 부양책을 계속 내놓아 개인들의 주식 투자 불꽃을 살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속에 '동학개미'들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당국이 청와대와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땜질식 핀셋 규제라는 오명을 벗어나려면 금융당국 관료들의 책임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떠오른다. 당청의 입김과 포률리즘에 엇박자를 내고 있는 정책에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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