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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14 (목요일)

문명의 충돌, 해법은 동아시아 문명 임채원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역사를 국가의 틀에서 벗어나 문명으로 해석한 이는 아놀드 토인비다. 그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우리들은 역사 속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전쟁 이후 서구 문명의 몰락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적으로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역사의 연구'라는 12권의 대작을 세상에 내놨다. 그는 자신이 전공한 그리스와 로마를 비롯해 역사 속에서 존재했던 문명들의 발생과 성장, 쇠퇴 그리고 해체의 사례들을 충실한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서술했다. 토인비의 저작은 세계 제국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국가의 연구자였기에 가능했다. 1990년대 한국에서 세계화 문제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문명사의 진정한 맥락을 한국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문명에 대한 고민이, 살아있는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생생한 이론이 아니라 흥미 위주의 교양에 머물렀다. 반면 토인비는 '태양이 지지 않은 대영 제국'의 안목으로 세계의 미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지금 글로벌 시대의 시각으로 보면, 하나의 지구를 둘러싼 다양한 문명들이 살아 움직이고 충돌하고 소통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점을 토인비는 1910년대에 이미 보고 있었던 것이다. 문명사를 세계 제국이나 세계 정부 그리고 글로벌 전략으로 이해했던 토인비는 100년을 앞서 살았던 통찰력 있는 학자였다. 지금 그의 안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예루살렘 수도 문제'에 하나의 해법을 제시해 준다. 트럼프가 촉발시킨 예루살렘 문제는 특정한 정치인의 일탈이 아니라 1000년 이상을 끌어온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해답도 찾을 수 있다. 1999년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사람들은 갈등과 반목이 줄어드는 평화로운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랬다. 2000년 1월1일 그렇게 새로운 천년의 태양이 떠올랐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지난 2001년 9·11테러가 발생했다.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에 의해 빈번해지고 격화되고 있던 테러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대사건으로 규정된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대규모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에 대해 세계 각국은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테러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인 서구 문명에 대한 자기반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전야에 뉴욕 중심가인 성 패트릭성당에서 9·11 추모미사가 잔잔한 슬픔과 애도의 물결 속에서 치러졌지만 미국 주류 언론에서 서구 문명에 대한 성찰과 자기반성을 발견하는 것은 힘들었다. 서구 문명에 대항할 힘이 열악했던 이슬람 문명은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등 더 극단적인 방식으로 저항에 나섰다. 이슬람 국가는 분명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이슬람에 의한 무차별적인 테러는 이 순간에도 자행되고 있다. 서구 문명이 이슬람 문명에 자살폭탄과 테러를 조장했던 부분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1000년 이상을 끌어온 이 해묵은 문명의 충돌을 중재하고 완화시킬 열쇠는 제3자인 동아시아 문명에 있다. 전쟁과 피로 얼룩진 보복의 역사를 1000년 이상 반복해 온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은 동아시아의 '천하국가(天下國家)' 이론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남송의 주자와 진덕수에 의해 체계화된 신유학은 원나라 시기 허형 등에 의해 세계 제국의 국정운영 원리로 현실화됐다. 이후 명나라와 청나라뿐만 아니라 조선에서도 500년 이상 국가운영 원리로 지속됐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동아시아 문명의 천하국가론이 세계를 움직이는 철학과 가치에서 밀려났지만, 이제 21세기 문명 충돌에 대한 해법으로 진지한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 동아시아 문명 중 가장 잔혹했던 몽골 제국에서조차 지금과 같은 종교 갈등과 문명의 충돌은 없었다. 15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존속한 원나라가 몰락한 이후에도 몽골의 후예를 자처하는 티무르 제국, 무굴 제국 그리고 청나라까지 등장했으나 종교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경우는 없었다. 한국 역시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임에도 종교끼리 극단적 갈등 없이 비교적 협력이 가능했다. 동아시아 문명에서 보여줬던 문명의 교류와 협력의 지혜는 다시금 역사에서 소환되어야 한다.   예루살렘 문제는 트럼프라는 특정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로 이해해야 한다. 이 문명의 충돌에서 동아시아 문명을 중심으로 중재 가능한 지구적 라운드테이블이 모색돼야 한다. 미국은 여전히 패권국가의 지위를 지키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문명이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증거는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스트의 등장에서 찾을 수 있다. 새 밀레니엄과 미국의 퇴조기가 맞물리면서 지구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다. 이제 서구 문명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문명의 새로운 역할이 모색되어야 한다.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문명 간 라운드테이블의 모색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임채원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테슬라 상장' 정착, 아직 갈길 멀다 ‘카페24’가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을 마침내 넘어서면서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테슬라 상장은 기술력과 성장성만으로 평가받고 시장 참여자에게는 투자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지만, 여전히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테슬라 상장제도는 상장 요건에 미달되지만 주관사가 추천하는 기업에 한해서 기술력과 사업성을 확인해 상장 기회를 주는 특례다.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상장한 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참고해 올해 1월 만들어졌다. 특히 코스닥 활성화 정책 일환이란 점에서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의도는 좋았다. 문제는 상장 과정의 어려움이다. 테슬라 요건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후 3개월간 주관사에 풋백옵션(Put back Option)을 부여한다.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해당 주관사는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주관사가 기업 사업성을 평가해 시장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공모가 유지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쉽사리 발을 들이기 어려워졌다. 테슬라처럼 소위 ‘대박’이 나면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 윈윈(WIn-Win)이지만, 반대 경우에는 상당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중소형 증권사보다는 대형 증권사에서 관심을 보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테슬라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상장요건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 증권사 담당자는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풋백옵션 의무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풋백옵션 요건의 대폭적인 수정이 없을 경우 테슬라 상장 2호 기업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의 요건으로는 주관사에게 리스크를 가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관사의 의무가 어느 수준에서 적정한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풋백옵션에 대한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 공모가의 90% 수준으로 매입해야 하는 요건을 대폭 완화시켜 상장을 주도하는 증권사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미래의 ‘테슬라’를 꿈꾸고 있다. 당장은 적자지만, 충분한 자금 조달과 지원이 뒷받침되면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미래는 밝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테슬라 상장 2호 기업이 언제 나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 사이에서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송희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