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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21 (토요일)

남한산성보다 못한 국정감사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영화 남한산성은 400여년 전의 치욕적인 역사를 상기시켜 주고 있다. 개봉된 지 보름 남짓 지났지만 400만명에 가까운 관객 몰이를 하고 있다. 추석 명절 연휴기간동안 개봉작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아무리 역사를 배경으로 다룬 영화가 명절 기간 동안 흥행한다고는 하지만 영화 남한산성이 주는 메시지는 남다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지 불과 수십년이 지나지 않아 청나라의 침략을 받았다. 국토가 유린되고 수많은 백성들이 죽어 나간 비극 속에서도 우리 조상들은 외세의 침략을 대비하지 못했다. 김훈의 원작소설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영화에서 당시의 처참한 상황은 잘 그려져 있다. 나약한 국민들은 호란의 참화 속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어갔고 지도층은 사분오열되어 자신들의 생명을 부지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영화 남한산성을 보며 더욱 가슴이 저미는 것은 신료 대신들과 왕이 은신한 남한산성이 실은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축성된 산성이라는 점이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남한산성이 처음 만들어진 때는 나당전쟁이 벌어지던 7세기 무렵이었다. 조선시대로 들어와 광해군은 산성을 증축했고 인조 2년에는 산성을 개축했다고 알려진다. 인조 초에 산성을 더 견고하게 축성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만약 외부의 침략이 있을 경우 대피처를 미리 튼튼하게 확보해 두려는 의중으로 읽힌다. 중국 진나라의 만리장성에 비길 바는 아니겠지만 인조가 47일간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완성된 남한산성이 그나마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화 남한산성은 국가 위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격동의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미국은 안보 협력과 함께 다양한 경제적 대가를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은 보다 더 유리한 무역 관계를 원한다. 게다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비용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이미 배치된 사드 이외 추가적인 미국의 전략 무기 구입을 공공연히 기대하는 눈치다. 중국은 한술 더 뜬다. 사드 배치를 빌미로 전대미문의 경제 보복을 이어오고 있다. 자동차, 화장품, 철강, 면세점, 관광여행 산업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은 치명적인 손실을 이미 보기 시작했다. 19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권력이 집중되는 시진핑 주석 2기에는 ‘일대일로’의 중화주의 강화로 더 거센 경제 보복이 예고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한중 통화 스와프가 우여곡절 끝에 연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기본적인 입장이 돌변할리 만무하다. 미국과 중국의 막무가내 요구와 보복에 우리가 대응할 카드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따져 보아도 400여 년 전 우리 국토가 유린당하고 수십만 명의 백성들을 노예로 끌려간 당시 상황과 비교해 별로 나을게 없다. 국란의 위기 상황에서 백성들이 기댈 언덕은 지도자들이다. 청나라 홍타이지의 공격에서 피신한 백성들을 그나마 버티도록 해준 존재는 왕도 대신들도 아닌 남한산성이었다. 국정감사를 시작한지 열흘이 다되어가지만 바라보는 국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상임위원회에서 민생을 주제로 국정운영을 감사하고 대안을 내놓도록 해야 하는데 여의도 정치권은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라는 상반된 정치 프레임에 갇혀 표류하고 있다.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 전쟁을 주장하는 쪽과 화친을 내세우는 세력이 대립한다.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과 개죽음만은 피해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의 애절한 충정이 배우들의 명연기로 빛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매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두 판서 모두 그들의 주장에는 국가의 안녕과 국민들의 생존에 대한 진정성이 깃들어 있어 보인다. 해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말미에 이를 평가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지만 낙제점을 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올해도 혹평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국정감사에서 여야의 열띤 토론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주장이 자기 세력의 정치적 입장을 강변하고 있다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긴 어렵다. 국정의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제기하고 앞으로의 개선점을 논해야 하는 자리다. 셀 수 없는 지적이 그동안 있어왔지만 체감하는 변화는 간에 기별조차 가지 않는 수준이다. 적폐청산도 중요하고 정치보복이라는 항변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고성과 삿대질로 범벅이 된 국정감사장에서 위기 상황의 백성을 품에 안아준 남한산성 같은 존재감은 조금도 전달되지 않는다. 영화를 본 국민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대목이다. 남한산성보다 못한 국정감사라고. 시간은 충분하다. 아직 끝나지 않는 국정감사의 변신을 소망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헌법재판관 공백, 더 이상은 안 된다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인 유 후보자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법원 내 대표적인 헌법 전문가로 통한다. 유 후보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기본권 보호와 헌법 수호를 위해 맡겨진 소임을 정성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 후보자가 결격 사유 없이 인사청문회에서 통과하면 헌법재판소는 비로소 9인 체제를 갖추게 된다. 7인 또는 8인 체제에 허덕였던 약 9개월만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그간 헌재는 지난 1월31일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재판관 공백 문제에 직면해왔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장미대선' 등이 맞물린 결과지만 지명된 재판관 후보자 사퇴와 국회 임명 동의안 부결 등 예상치 못한 풍파를 겪은 탓도 컸다. 양승태 대법관은 소장 권한대행을 맡은 이정미 전 재판관이 3월13일 퇴임하기 일주일 전 이선애 재판관을 지명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준비 등 임명 절차를 밟느라 이 재판관이 취임한 3월29일까지 약 2주간 7인 체제로 운영됐다. 7인 체제에서 재판관이 한 명만 더 빠져도 정족수 미달로 심리를 진행할 수 없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살얼음 위를 걷듯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이후에도 공석인 재판관 자리를 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유 후보자 지명 이전에 이유정 변호사가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이번엔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변호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로 수억원의 차익을 낸 의혹 등이 번지자 지명 2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헌재 재판관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바람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헌재소장으로 지명된 김이수 소장 권한대행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2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헌정 초유의 사태에 여당은 당혹감을 보였고 야당은 환호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새로운 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대신 김 권한대행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야당은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며 반발했다. 헌재 재판관 체제에 정쟁이 개입되는 모양새다. 유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재판관에 취임하면 새로운 헌재소장으로 지명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소장 임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9인 체제의 유지다. 최고 실정법인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재의 재판관 공백이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 꽤 많은 시간을 불완전하게 보낸 만큼 정치적 이유 등으로 헌재를 흔드는 일도 없어야 한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