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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 성장 그리고 ‘까치밥 경영’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고용과 부가가치의 창출은 기업의 본래적 기능이고 목적이지만 정부나 국민의 입장에서도 매우 절실하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고 지구상의 부(富)의 증가 94%, 일자리의 90% 이상을 기업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이러한 역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부응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공정한 시장경쟁과 환경보존, 소비자보호, 적절한 노동조건 제공 등 보다 넓은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는 일자리창출과 노동복지ㆍ근로조건의 개선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정책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업계는 소정의 답을 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하루하루 경영불확실성을 극복하기도 어려운 중소기업은 거시정책이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법은 마땅치가 않다. 무엇보다 많은 기업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 기업이 속한 업종이나 기업의 규모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정상적인 경영조차 위협받는 좀비기업도 늘고 있다. ‘한계기업’, 즉 3년을 연속해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못 미치는 기업이 3112개로 전체 외부감사대상기업의 13.7%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규모에 못 미치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까지 감안하면 훨씬 많은 한계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려면 기업생태계가 더욱 건전하고 튼튼해져야 한다. 비록 정부나 시장이 그 해법을 찾아 실행하는 게 만만치 않음에도 말이다. 그간 경제발전을 주도해온 전통산업분야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기회를 만드는 등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정부와 기업의 일자리창출노력이 결실을 맺기는 어려울 것이다. 혁신성장은 이러한 난관을 벗어나는데 필요하며 중소기업의 성장과 새로운 기술창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시장을 둘러싼 당사자 간의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처럼 시장경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양분되고 승자가 독식하는 이분법적 시장질서로는 어렵다. 정책자원과 역할을 불공정해소에 역점을 두더라도 생산적 신시장의 창출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경제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정부 못지않은 혁신성장의 조력자는 대기업이다. 이들은 국내에 안주하거나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중소기업시장으로 진입하지 말고 세계를 상대로 진취적이고 전략적인 시장진출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일부 대기업이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무분별하게 진출하는 모습은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전체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물론 지탄을 받게 된다. 대기업이 대의명분과 사회적 존경을 도외시 하고 단기적 이익에 몰입하면 사람들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회의 평등’보다 ‘성과분배의 평등’을 내세울 것이다. 따라서 성장과 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려면 우리사회가 분배에 대해 “공정하다”거나 “최소한 승자가 배려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까치밥' 경영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갑과 을이 경쟁하는 경우, 적어도 시장을 두고 쟁탈전을 치루는 경우 약자나 패자에게 '까치밥'을 남기는가 하는 것이다. 까치밥경영의 실천은 가까운 데서 찾을 수 있다. 수년 전 대학입시 논술시험장에 간 적이 있다. 이른 시간이라 아침식사도 걸러 허기진 상황인데 구내식당도 문을 열지 않았고 주변을 둘러봐도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도 없었다. 무심코 한 사람이 "햄버거나 김밥 가져다 팔면 떼돈 벌겠네."라고 했더니 옆에서 이 말을 들은 동행인이 한마디했다. "배우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단지 돈이 된다 해서 영세하고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영역에 들어와 돈 벌면 안돼요. 그건 능력이 아니라 일종의 반칙이지요." 한마디로 넓은 의미에서 까치밥을 내두라는 것이다. 서로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경계도 없고 내 것만 있고 상대의 것은 없다'는 자세로 일전을 불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자들 특히 그들이 지도적 위치에 서있거나 서고자 한다면 까치밥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까치밥이야 말로 가진 자의 여유이자 휴머니즘의 상징이다. 또한 다른 곡식이나 농작물에 대한 공격이나 피해를 예방한다는 점에서 농부의 현명한 처세이자 경영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까치밥 경영을 되새겨보자.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yesnfine@naver.com)


'흥남철수 주역' 현봉학의 또다른 의미최한영 정경부 기자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장진호 전투가 수시로 언급되고 있다. 문 대통령 가족사와 연관이 깊다. 장진호 전투는 6·25전쟁 기간 중인 1950년 11월, 미 제10군단 예하 해병 1사단이 함경남도 장진군 장진호 북쪽으로 진출 중 중공군에 포위되자 2주에 걸쳐 전개한 철수작전을 말한다. 혹한 속에서도 중공군에 큰 피해를 입히고 후퇴해 성공한 철수작전으로 평가받는다. 이 와중에 유엔군 병력 10만5000명과 함께 피난민 10만 명도 무사히 흥남부두를 통해 탈출할 수 있었다. 피난민 중에는 문 대통령의 부모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28일(현재시간) 미 워싱턴주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 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며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로도 수시로 장진호 전투의 의미를 강조하는 중이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장진호 전투영웅 추모행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연설문에서 “대한민국은 장진호 전투와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만 명의 피난민들이 함께 철수하는 과정에서 현봉학 박사의 공은 절대적이다. 세브란스 의전(현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모교 교수로 재직하던 현 박사는 6·25전쟁 당시 미 10군단 민사부 고문으로 일했다. 흥남철수작전 당시 현 박사는 10군단장인 알몬드 소장(철수작전 성공 공로로 이후 중장으로 진급)에게 피난민들을 데려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현 박사는 자서전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알몬드 소장을 찾아가 함흥 사람들의 사정을 설명하고 민간인 철수를 고려해달라고 간절히 청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심각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함흥 기독교인은 아무 힘도 없는 나를 찾아와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그때마다 나는 알몬드를 찾아갔다.” 당시 자신의 역할을 비교적 담담하게 그렸지만 많은 이들이 “현 박사의 거듭된 간청과 설득이 없었다면 피난민 철수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현 박사의 공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인생 후반기를 이산가족 상봉과 민족 화해, 통일을 위해 헌신했다. 북한 주민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던 1980년대에 미·중 한인우호협회 회장을 맡아 중국 연변지역 동포들을 도왔으며 잡지 ‘중국조선어문’ 발행을 돕고 연변대 의학원에 도서를 기증했다. ‘중국 조선족 중학생 윤동주문학상’ 설립에도 도움을 줬다. 1990년대는 국제고려학회를 창립해 의료를 매개로 한 남북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 흥남철수작전 당시 피난민 10만 명을 구해냈지만 이로 인해 이산가족이 발생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생전에 이들을 만나게 하고 나아가 분단체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한 결과였다. 이런 현 박사를 흥남철수작전의 주역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그의 공로를 절반만 평가하는 것과 같다. 현 박사와 같이 오래 전 ‘눈물로 씨를 뿌린’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 갈 곳을 잃은 채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은 자유를 찾았고, 남북관계는 한 걸음 한 걸음 평화를 향해 다가가는 중이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