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지영

백신 운송 까다롭지만…대한항공·아시아나 "준비 완료"

의약품 수송 '온도 조절'이 관건

2020-11-12 05:51

조회수 : 5,20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항공업계도 모처럼 미소를 짓게 됐다. 특히 대형항공사(FSC)들은 이전부터 관련 설비를 준비했던 만큼 당장 백신 운송에 항공기를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업체 5곳과 계약을 체결하고 온도 조절 컨테이너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는 꽃이나 신선식품 같은 온도에 민감한 제품을 운송할 때 쓰는 컨테이너로 백신 같은 의약품 수송에도 사용한다.
 
인천국제공항 자사 화물 터미널에 있는 신선화물 보관 시설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약 100톤의 온도 조절 화물을 수용할 수 있는 1292㎡ 규모 냉장·냉동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1872㎡를 더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200톤 이상의 신선화물 보관 장소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도 의약품 수송을 위한 설비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에 있는 자사 화물 터미널에 특수 컨테이너 충전 시설을 15개 더 늘렸다. 이에 따라 시설은 기존 18개에서 33개로 늘어난다. 이는 특수 컨테이너가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된 시설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여러 업체의 특수 컨테이너를 이용하는 만큼 운송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백신 같은 의약품은 화물 중에서도 운송 조건이 까다롭다. 온도에 따라 쉽게 변질될 수 있어 2~8℃ 사이 온도에서 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류에 따라서는 영하 7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화이자에 따르면 개발 중인 백신은 영하 70~80℃ 온도에서 5일 이내에 운송해야 한다.
 
11일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국내 대형항공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이 자사 화물기에 특수 컨테이너를 싣는 장면. 사진/대한항공
 
이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항공사 중에서도 의약품 수송을 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18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개발 후 수송을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8000여대의 보잉 747 화물기가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이자 개발 소식이 들리기 전부터 백신 수송을 위한 대비를 해왔다. 대한항공은 특수 화물 운송 전문가로 구성한 전담 태스크포스(TFT)를 꾸렸고 아시아나항공도 백신 개발 현황과 관련 수요를 모니터링해 최적의 운송 기반을 준비해왔다. 앞서 두 항공사 모두 IATA로부터 관련 설비 우수성을 인정받아 의약품 운송을 위한 자격인 'CEIV Pharma'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관련 설비뿐 아니라 의약품 수송 경험, 미국, 유럽에 화물 네트워크가 있는 대형사들이 백신 수송에 유리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위탁 생산을 하게 되면 한국 출발 수요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FSC들의 코로나19 백신 운송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는 백신 수송을 통한 이익 추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CC 대부분이 여객기를 이용해 화물 사업을 하는 만큼 컨테이너를 통째로 싣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화물 전용기를 운영하는 항공사는 진에어 정도다. 다만 백신이 완성되면 여행이 활성화하면서 여객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 김지영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