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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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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2주…남은 건 고립감·하루 0걸음·지원금 0원

2020-11-23 09:07

조회수 :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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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역학관리팀으로부터 받은 자가격리 통보문자. 사진/박용준기자
 
내가 자가격리라니
 
‘귀하는 밀접접촉자로 감염병예방법 제42조(감염병에 관한 강제처분)에 따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자가격리가 필요한 대상자입니다.’
 
서울의 한 보건소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출입처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곧바로 재택근무를 하며 이미 하루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출입처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게 처음도 아니고,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능동감시 정도에서 끝날 거라 예상했던 터였다. 문의해보니 확진자와 직접 접촉은 없었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에 일정 시간 머물렀던 게 문제였다.
 
처음엔 ‘재택근무랑 뭐가 다르겠어’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회사에 보고하고 가족에게 알렸다. 2주를 못 나간다고 생각하니 당장 걸리는 일정이 상당했다. 지인 결혼식에 출입처 점심·저녁 약속까지. 일단 마음을 다잡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별 거 아닌데 그래도 나랏일에 협조해야지”라고 너스레 떨며 연락을 돌렸다.
 
막상 혼자도 아니고,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려니 별 게 아닌 것이 아녔다. 집 안에서만 얌전히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다른 가족과 접촉 자체를 하면 안 되니 꼼짝없이 방 안에 갇혔다. 하필 화장실도 하나뿐이라 화장실 갈 때마다 매번 비닐장갑에 마스크에 소독까지 절차가 복잡했다.
 
이윽고 구청 전담 공무원에게 연락이 오고 자가격리 앱을 깔았다. 몇 시간 후에는 집 앞에 자가격리 관련 물품과 식료품이 배달됐다. 앱을 깔아 스스로 체온을 재고 자가진단을 해보니 이제서야 ‘진짜 내가 자가격리 신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나긴 2주의 시작이었다.
 
자가격리 앱에서 하루 두 번 해야하는 자가진단. 사진/박용준기자
 
 
부서진 멘탈, 날 지탱한 건 지원금
 
처음 2~3일 가장 힘든 건 정신줄을 부여잡는 일이었다. 당장 밥 먹는 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고 가족이 문 앞에 가져다 주는 밥을 배식받듯이 먹고 다시 문 앞에 놔두면, 문 너머 설거지하고 치우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가족과 대화를 하고 싶어도 제한이 워낙 많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영상통화나 톡을 이용하는 상황이다.
 
침대 옆에 노트북만 갖다 놓은 채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는데 좀처럼 쉽지 않았다. 병원도 아니고 내 집에 내가 있는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일이야 재택근무 형태로 할 수 있어 해보려 했지만 침대맡에서 일하려니 집중이 되지 않아 힘에 부쳐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 블루’란 말처럼 외부와의 교류 없이 고립된 채로 한 공간 안에만 있다보니 평소보다 감정의 진폭이 크고 불안정한 느낌이었다. 짜증·갑갑함·한탄·분노 등의 감정이 뒤섞인 채 불쑥 튀어 나오기도 해 외부로 연락하는 일도 일부러 줄였다. 외부와 접촉이 줄어드니 자존감도 낮아지는 느낌이다.
 
한 줄기 빛이라면 방역물품 쇼핑백에서 발견한 생활지원비 안내문이었다. 2인 가구는 77만4700원, 3인 가구는 100만2400원라니 14일만 고생하면 적지않은 목돈이 생긴다는 계산이 뇌리에 박혔다.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진짜인지 어느새 ‘에휴 조금만 참아보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운동측정 앱. 하루 걸음 0보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하루 걸음 ‘0보’ 실화냐
 
사람은 역시 무서울 만큼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루 2번의 자가진단을 제 시간에 꼬박꼬박 빼먹지 않고 식사시간과 취침·기상시간을 일정하게 가져 조금씩 자가격리 생활에 적응했다.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이런 느낌일까.
 
무엇보다 다른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는 마음이 무거웠다. 자가격리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른 가족도 외부활동을 아예 하지 못하고 거의 자가격리나 마찬가지 신세였다. 게다가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집안일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멘탈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만은 없었다.
   
올드보이와 가장 큰 차이라면 운동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에 하루 걸은 거리가 표시되는데 방에만 있으니 내내 0걸음을 기록했다. 자가격리 전에야 ‘홈트(홈 피트니스)’를 상상했지만, 최악의 효율 속에서도 업무를 해야 하고 겨우 멘탈을 부여잡는 상황에서 아침 저녁 스트레칭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구청 전담 공무원은 첫 날 짧은 통화 후 문자나 전화 한 통 없었다. 자가격리를 2/3이 지난 시점에서야 구청 보건소에서 문자 한 통이 와서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정보를 링크 형태로 제공했다. 감염병 카드뉴스에 대한 카드뉴스인데 사실 스크롤만 내릴 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이용 가능한 전화번호를 안내받았지만, 중증이 아니어도 관리는 필요하다. 
 
구청마다 관리해야 할 자가격리자가 수백명이 될테니 기존 업무에다가 더해져 벅찰 수 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자가격리 시스템을 가져가려면 정신건강센터나 운동상담사 등이 주기적으로 통화나 영상으로 상담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매뉴얼 형태로 만드는 건 어떨까. 영상으로 방 안에서 따라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이 초보자도 할 수 있는 명상 같은 것도 좋고, 1~2분씩 안부만 주고 받는 형태도 나쁘지 않다.
 
구청에서 보내준 생활지원비 안내문. 가족 중에 공무원이 있으면 받을 수 없다. 사진/박용준기자
 
기나긴 터널의 끝. 착각 혹은 불만
 
처음에야 자가격리 2주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첫 일주일이 지난 후부터는 슬슬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제일 하루 전 미리 예약한대로 보건소에 검사 받으러 집 밖을 나서는데 왠지 집 밖을 나서는 게 어색하게까지 느껴졌다. 다행히 검사결과는 음성이었고, 다음날 12시를 기해 약속된 2주가 지나 방 밖을, 집 밖을 자유롭게 나왔다.
 
그날 오후 생활지원비를 받으러 동주민센터로 향했다가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들었다. 이미 입금을 받으려고 통장 사본과 자가격리통지서, 신분증 등 필요서류를 빠짐없이 챙겼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가족 중에 공무원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며 다시 안내문을 보자 하단 제외대상에 가족 중에 공무원이 있을 경우 제외된다고 써있긴 했다. 잘못 본 잘못이 있는데다 동복지센터 공무원에게 따진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지라 다시 서류를 챙겨 돌아왔다. 갑자기 돈 100여만원이 0원이 된 셈이다.
 
공무원이 이중수급을 한다거나 자칫 부정수급을 하는 것을 막는 취지야 일부 이해하지만, 자가격리 대상자 본인이 공무원도 아니고 가족이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지원금에서 아예 제외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설사 취지를 반영하려면 공무원 몫만큼을 지원금에서 제외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생활지원비는 자가격리로 인한 가계 피해 복구가 주 목적 아닌가.
 
그렇게 다신 겪고싶지 않은 자가격리 2주가 끝났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긍정적인 부분은 마스크를 더 잘 쓴다는 것, 동선관리에 신경쓴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남은 것은 고립감과 하루 0걸음, 지원금 0원이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이용한 체온계. 36.2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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