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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비판을 비난할 때 민주주의는 망한다

2020-12-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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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은 18세기 전제적 왕정의 모순을 타파하고 귀족과 평민의 신분적 차별이 없는 평등한 민주 공화국을 탄생시킨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혁명에도 그늘은 있었다. 혁명파와 왕당파의 충돌, 농민 봉기에 이어 집권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통치 등 혁명을 반대했던 수많은 프랑스인의 피가 뿌려졌다. 혁명 이후 프랑스는 무질서와 혼란의 연속이었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험은 다수의 평등이 소수의 자유를 잠식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민주주의의 맹점은 바로 ‘다수의 전횡’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세력을 보며 토크빌이 지적한 다수의 횡포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을 두고 민주당 측 인사들로부터 일부 비판적인 반응이 나오자 여당 극성 지지자들이 집결하고 있다. 앞서 공무원 피살 유가족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무차별적 비난을 일삼던 때처럼 말이다.  
 
정당은 공통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모인 집단인만큼, 당원들 사이에서 선거에 도움되지 않는 내부 소수의견을 묵살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뭐가 대수일까. 문제는 집단사고에 빠질수록 인지오류로서의 확증편향이 더욱 강화되고 자신이 믿는 것은 곧 진리, 그렇지 않은 경우는 모두 오답이 된다는 점이다.내가 믿는 것이 오로지 진리요, 정의라는 생각. 옳음에 중독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비판을 비난하는 지지자들의 칭찬이 아니라 비판적 지지자들의 성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군사 훈련에서 블루팀과 레드팀이 있다. 레드팀은 아군인 블루팀의 약점을 공격해 개선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하는 가상의 적군이다. 이처럼 외부자의 시각으로 지지 세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내부자가 필요하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 ‘노감모(노무현을 감시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역할을 바꿨다.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전 파병을 결정하자 노감모는 ‘반전평화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비판적 지지는 지지 대상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발전에 필수적이다.  
 
다름(diffrent)이 틀림(wrong)으로 간주될 때 본격적으로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게 된다. 나치즘에 대한 독일인의 맹목적 지지가 전쟁과 학살로 나타났듯이 말이다. 한 집단에 과도하게 권력이 쏠릴 경우 구성원의 비판의식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 합리적 비판이 배격되는 집단은 민주적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주의의 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들을 포용해 가는 것을 그 제도의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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