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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인사(人事)에는 무관용 원칙을

2020-12-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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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잘 학습이 안되는 것 중에 '도덕불감증'이 있다. 매해 인사청문회 시즌이 되면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 둘 중 무엇이 우선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나, 보통 도덕성은 후순위로 밀렸다. '털어서 먼지 나오는 사람이 어딨나', '그정도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 등 이같은 근거가 빈약한 사소한 관용이 만연해질수록 국민들의 도덕불감증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작은 사고의 징후에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듯 인사 과정에서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항의를 받으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렸다. 특히 그의 인성 문제가 불거진 구의역 스크린 사고 사망자 김군 폄하 발언을 두고 질책이 쏟아지자 변 후보자는 오전에만 6번의 사과를 전했다고 한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을 단순 개인 실수로 돌리는 무책임하고 왜곡된 노동관에 유가족은 물론 다수 노동자들의 반감을 샀다. 
 
막말 외에도 과거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지인 특혜성 채용, 연구용역 등 일감 몰아주기 의혹, 자녀 해외 대학 진학시 스펙 관리 의혹 등 한 두개가 아니다. 의혹은 의혹일뿐이며 변 후보자가 소상히 설명을 했지만 그저 변명으로만 들릴 뿐 설득이 되진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변 후보자의 도적적 흠결 문제는 인정하더라도 정책 실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로서 국토부 장관의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에도 결국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상태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논문 표절 등 총 5가지 관련 부정을 저지른 고위 공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원칙은 최초 내각 인선부터 유명무실해진 것과 다름 없었다.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위장전입 논란이 제기되자 여당인 민주당은 '누구나 하는 행위이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는 식의 정당화 논리가 펴며 옳지 않은 관행을 묵인했다. 범죄의 동기가 사회의 평균적 도덕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범죄 자체가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행법상 위장전입은 적발 시 이유를 불문하고 최장 징역 3년까지 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스스로 세운 원칙을 깨버리면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공직후보자의 과거 부도덕한 행위들이 드러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처리해야 한다. 불법에 민감하지 않은 공직자의 부패로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사회지도층으로서 공직자는 대한민국 전체 국민을 대표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는 만큼 엄격한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지난 8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0한국 보고서를 보면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과 기업 최고위층이 연루된 부패는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와 세계은행 부패통제지표에서 지난 3년 동안 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공직후보자 도덕성 검증에 엄격한 기준을 마련한다면 기존에 소홀했던 전문성과 역량 검증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청문회 제도가 발단한 미국은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6개월에서 1년이란 긴 기간 동안 도덕성 요건을 우선적으로 검증한다. 미국 하원의원의 경우는 배우자나 개인적 친구 이외에 어느 누구로부터 100달러를 초과하는 선물을 받을 수 없다. 상원의 경우는 연설이나 저술로 어떠한 사례금도 받을 수 없는 등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 요건을 충족하는 인사 후보를 미리 뽑아두기 때문에 청문회에서는 공무 수행의 전문성과 능력을 심도 있게 검증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사는 만사다. 국가의 정책 비전과 실현은 인사에 달렸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정부는 '원칙이 바로 선 사회'를 만들겠다고 국민과 약속을 했다. 지명된 후보자들이 과거 정부에서 기용된 후보자 비추어 '덜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불법과 비도덕을 행했던 인사를 추진하는 것은 정부가 세운 원칙에 위배된다. 인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왜 적임자인지를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대통령이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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