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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차기태의 경제편편)현대차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

2021-02-03 06:00

조회수 : 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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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서울 삼성동 사옥 건축에 관해 최근 중대한 방향 수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이름붙여진 사옥 건축 프로젝트는 옛 한국전력 부지(7만4148㎡)에 지상 105층 짜리 1개동을 비롯해 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50층 빌딩 2~3개 동을 짓는 것으로 설계변경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구는 반발하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 지으라는 요구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달 25일페이스북을 통해 "105층 원안 추진을 촉구하기 위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님과의 면담을 오늘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보도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도 반발한다고 한다.
 
현대차가 사옥건설 계획을 바꾸려는 이유는 지금 충분히 납득된다. 무엇보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영업환경이 쉽지 않다는 것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내수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렇지만 수출은 어려움을 겪었다. 전세계 시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에 휘말려 판매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를 탓할 일은 물론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요즘 코로나 확산 동향을 보면 올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출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가 없다. 
 
그런 가운데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투자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우선 현재의 주력상품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차 등 미래 친환경차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지금 소홀히 했다가는 미래차 경쟁대열에서 자칫 밀려나갈 수도 있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의 경우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이다. 아직 경쟁력이 이들 세계적인 업체를 이길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친환경 미래차에 관한 한 현대차는 후발주자는 아니다. 오히려 수소차 등 몇몇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달성하고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이럴 때 투자와 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나아가 자율주행차나, 모빌리티, 로봇 등 현대차가 앞으로 투자할 사업이 즐비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업체 앱티브와 각각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래차 분야와 기존 내연기관차 등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나는 하늘택시 등 현대차가 관심을 갖고 투자하려는 분야가 여럿 있다. 모두가 '집중력'을 요하는 사업들이다.
 
요즘 세계 자동차업계는 중대한 전환점에 와 있다. 과거처럼 화석연료로 굴리던 자동차만으로는 더 이상 승부를 걸기 어렵다. 그런 전환기에 있기에 현대차가 투자해야 할 자금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현대차가 제시한 숫자는 있지만, 그것은 현재의 추산일 뿐이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아마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대차는 지금 여유자금이 있을 때 제대로 써야 한다. 다른 것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분야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경쟁력과 관련이 없는 사업에 자금을 투입한다면, 이는 낭비요 유출이다. 앞날을 위해 상서롭지 못한 일이다.
 
사옥 건설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도 그런 투자 가운데 하나이다. 애초 현대차가 10조원이나 들여 삼성동 부지를 사들은 것부터 무리한 것이었다. 그런 무리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또다시 거액을 투입해 고층건물을 짓겠다고 하면, 더욱 무모한 발상이다. 이제라도 규모를 다소 축소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현대차는 부동산 개발업체도 아니요 유통업체도 아니다. 삼성동에 거액을 들여 고층건물을  짓는 것은 사실 그런 업종의 기업이 할 일이다. 그런 투자가 현대차의 경쟁력을 강화해 줄 리가 없다. 다만 허세일 뿐이다. 한정된 자원을 낭비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방향수정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 그것은 올바른 시야를 흐리게 하는 일이다. 현대차가 현명하게 방침을 바꿨을 때 주변에서는 이를 도와줘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시험에 들게 해서는 안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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