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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사태' 소송전 돌입, 응시생 13명 국가배상 소장 접수

"법무부 보완책, 해결책은 없고 '다음부터 잘하겠다'는 얘기"

2021-02-0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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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부실 운영 지적에 향후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며 대책을 내세웠지만 손해배상 줄소송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제10회 변호사시험 국가배상청구소송 대리인단'은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된 것이다.
 
대리인단은 "법무부는 불공정을 덮기 위해 더 큰 불공정을 저지르고, 과실을 덮기 위해 고의적인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저 근거로 연세대 로스쿨 공법기록형 시험 문제 유출과 시험 도중 법전 밑줄 허용, 이화여대 4고사장 시험 조기종료 등 법무부의 변시 부실 운영을 지적했다.
 
우선 법무부가 유출된 공법기록형 문제를 전원 만점 처리한 데 대해 "공법기록형은 1문과 2문을 두 시간 안에 자유롭게 푸는 시험"이라며 "2문 모범 답안을 알고 있던 학생들은 2문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1문을 쓸 확률이 높아진다. 문제 유출로 인한 불공정은 현재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0일 공법 기록형 문제 2개 중 행정법 기록형 문제를 전원 만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응시자 간 형평성과 시험의 공정성 때문이다. 법무부가 법전 밑줄 허용과 시험 조기종료 사태에 대해 '향후 미비점 보완'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내세운 점도 소송 근거가 됐다.
 
대리인단은 그러나 "달리 말하면 '문제가 있었음은 인정한다. 다만 이번 10회 변시에 대한 해결책은 없고 다음부터 잘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대리인단은 일부 고사장에서 허용된 법전 밑줄 긋기도 시험 셋째 날인 1월 7일 공지돼 법령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중요 공지는 시험 5일 전에 마쳐야 한다. 대리인단은 "내부고발자 폭로에 의하면 1월 6일 법무부가 감독관들에게 내린 지침은 '법전에 밑줄 가능하다. 다만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마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시험 첫날인 1월 5일 이화여대 4고사장에서 감독관 착오로 1교시 공법 객관식 시험이 1분 30초 일찍 종료된 이후 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리인단은 점심시간까지 남아 항의한 학생 4~5명이 부여받은 1분 30초 간 수정테이프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전에 책을 확인해 오답도 고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 참여자는 13명이다. '오탈(5회 응시 후 기회 박탈)' 위기에 몰린 응시생 4명과 이화여대 고사장 시험 조기 종료 피해자, 뒤늦은 밑줄 허용에 항의해 시험용 법전을 밀봉한 서울대 로스쿨생 등이 포함됐다.
 
이와 별개로 법조 문턱 낮추기 실천연대(법실련)와 제10회 변호사시험 진상규명을 위한 응시자 모임(응시자 모임)도 국가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법무부에 소송을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양필구 법실련 사무총장은 "본안심리 이전 상황이라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움직이려 한다"고 말했다.
 
대신 이들은 변호사시험 전원 만점처리와 법전 밑줄긋기 무효 확인을 구하는 행정심판과 집행정지, 만점 처리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8일 현재 법실련 소송 참여 인원은 15명이다. 지난달보다 5명 늘었다.
 
변시 소송의 쟁점은 응시생의 피해 입증이다. 가장 큰 영향은 올해 5회째 응시한 학생이 받게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방효경 변호사는 "5시생 같은 경우 이번 시험에서 간발의 차이로 오탈자가 되면 평생의 직업을 잃게 되는 손해가 발생한다"며 "1년에 한 번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법무부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불이익을 입으면 돌이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 변호사는 "이화여대 고사장 조기종료 피해자는 마지막 두 문제를 고민하다 급히 마킹해 틀리게 됐다"며 "두 문제면 5점인데 150등이 왔다갔다 한다. 불합격 시 중대한 손해여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송 참여자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는 "10회 변시의 부당성을 억울해 하고 문의해 오는 사람은 많다"면서도 "아직 채점과 합격자 발표가 남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불이익을 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 밝혔다. 또 "익명 소송이 불가능해 포기한 사람이 많다"며 "소수만 이 문제를 부당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5회째 응시한 조기종료 피해자 이모 씨는 "변시는 성적과 등수가 남아 취업 등에 평생 영향 받게 된다"며 "시험에 합격해도 이 소송을 계속 이어가 재발 방지를 위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변시생들의 줄소송에는 법률시장 포화를 반영한 합격률 조정, 5회 응시 후 영영 시험 기회가 없는 오탈제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대리인들은 국가배상 소장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회를 거듭하며 낮아지면서, 로스쿨 간의 합격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로스쿨에 재직하는 교수들이 제출한 시험문제를 별다른 변형 없이 거의 그대로 출제한다면, 그 교수들의 수업을 수강한 수험생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 간 격차가 크게 발생할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법무부가 로스쿨 합격자 통계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교수가 자기 제자를 위해 최대한 유리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지난해 치러진 9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3.32%로 2012년 1회(87.14%)에 비해 턱없이 낮다. 변시 합격률은 2016년(5회 55.2%) 이후 2018년(7회 49.35%) 한 차례를 제외하면 50% 초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합격 점수는 1회 720.46점에서 9회 900.29점으로 껑충 뛰었다.
 
제10회 변호사시험 국가배상청구소송 대리인단이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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