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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석달새 6명 사망사고' 포스코…"'군대식문화'도 원인"

"비용 아끼려고"…노조, 포스코 사고는 '인재'

2021-02-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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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생산량 목표를 채우는 것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던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 회장이 이 발언을 한 지 5일 만에 포스코 제철소에서 또 노동자 사망 사고가 났다. 지난 8일 사망한 A씨(35세)는 협력업체 직원으로, 멈춰있어야 할 설비가 가동되면서 장비에 몸이 끼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포스코 노동조합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영진은 최근 그룹 경영회의를 통해 △설비 가동 중 정비·수리 작업 금지 △작업 중지권(거부권)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런 지침이 실제로 지켜지긴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작업장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까지 6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는 시설이 노후했거나 점검 중 설비가 작동해 발생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제철소 설비는 거대하고 위험한 것들이 많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멈춘 후 점검하거나 수리해야 한다.
 
하지만 설비를 멈추면 그만큼 시간이 지연되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노조 관계자는 "포스코의 안전사고는 모두 비용을 아끼려다 발생한 문제"라며  "네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세시간 만에 오라고 하면 과속 안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8일 발생한 포스코 협력업체 사망 사고 현장. 사진/포스코 노조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최정우 회장은 2018년부터 3년간 1조3000여억원, 또 올해부터 3년간 1조원을 투입해 안전사고 재발을 막는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는 없었다. 작업자가 설비가 노후해 위험하다고 판단해도 교체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군대식 문화가 남아있어 작업 명령을 거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날 사고의 경우 발생 불과 5일 전 경영진이 강조한 작업 중 설비를 가동해선 안 된다는 안전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결과다. 사고가 난 곳은 '언로더'라고 불리는 거대 설비로, 이는 배에 실려있는 철광석을 육지로 퍼오는 장비다.
 
사고를 당한 A씨는 이 설비 컨베이어 벨트에 있는 롤러를 교체하던 중 장비가 가동되면서 언로더와 롤러 사이에 몸이 끼여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비가 가동되면서 포스코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9일 발생한 추락사 또한 작업 중 기계가 가동되며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망한 60대 직원 B씨는 가동 중인 집진기 열풍을 피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집진기는 공정 과정 중 생기는 먼지와 불순물을 빨아들이는 설비다. 이 설비는 초속 18m, 섭씨 100도에 달하는 초고속 열풍을 내뿜는데 고인은 이를 피하기 위해 바람 반대 방향으로 무리하게 이동하다 부식한 배관을 밟고 추락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 관계자는 "돈 몇 푼 아끼려고 설비를 안 세웠다가 사람이 죽은 것"이라며 "1조원을 투자해 노후 설비를 교체한다고 했지만 원래 예정된 것만 진행할 뿐 제대로 된 투자는 없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설비 전수 조사를 통해 위험도를 측정하고 예방할 수 있는 각종 장치를 마련해 안전 관리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업 중지권은 더욱 잘 지켜지도록 올해부터 모든 작업자를 대상으로 사전 고지해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 기준 포스코의 산업 재해율은 0.04%로,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 정한 20만 근로시간 기준 재해율 0.03%를 초과한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포스코와 협력사 55곳을 대상으로 한 특별 감독에서 포항제철소는 산업안전보건법 331건을, 광양제철소는 700여건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반 사항은 안전 난간 미설치, 관리감독자의 예방 안전 교육 소홀 등이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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