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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코카콜라도 '무라벨' 가세…좋긴 한데 고민에 빠진 정부·기업

라벨 없애니 갈 곳 없는 필수 표시…생수, 병마개 활용

2021-02-09 16:46

조회수 : 6,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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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그램 라벨프리. 사진/한국코카-콜라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식음료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출시되고 있는 무(無)라벨 음료를 놓고 정부와 기업 모두 고민에 빠졌다. 라벨을 제거하면서 식품에 필수적으로 표시해야하는 정보를 기입할 공간이 없어졌는데 개선책도 현재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9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라벨을 없앤 생수 ‘초이스엘 세이브워트 에코’를 PB상품으로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 PB 생수 전 품목을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다. 
 
편의점 CU도 이달 초부터 PB 생수 상품인 헤이루 미네랄워터(500ml)에 무라벨 투명 페트병을 적용했다. 또한 1분기 내에 CU의 PB 생수 모든 상품을 무라벨 투병 페트명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제주개발공사도 연내 라벨이 없는 제주삼다수 생수를 판매할 예정이며 농심도 올 상반기 중으로 무라벨 백산수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탄산음료 시장에서는 코카콜라사가 업계 최초로 무라벨 탄산수를 내놨다. 코카콜라사는 라벨을 없앤 탄산수 ‘씨그램 라벨프리’를 출시했다. 라벨을 붙이지 않고 페트병 자체에 제품명과 로고 등을 양각 형태로 구현했다.
 
이처럼 생수업체와 음료업체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잇따라 라벨을 제거하고 있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라벨을 제거하면서 식품에 상품명, 용량, 영양성분 등 필수 표시 사항을 기입할 공간이 없어진 탓이다.
 
무라벨생수 아이시스 에코 3종. 사진/롯데칠성음료
 
이에 생수업체는 묶음 판매하거나 병마개에 상표띠를 부착해 필수 표시 사항을 기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에코와 CU의 헤이루 미네랄워터는 병마개에 상표 띠를 부착하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병 몸체 대신 병마개에 상표 띠를 부착한 먹는샘물의 판매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먹는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 개정안을 시행중이다.
 
문제는 탄산음료다. 탄산음료는 생수와 달리 제조 공정 시 들어가는 원재료가 많아 병마개에 상표띠를 부착하고 필수 표시 사항을 적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음료업계의 설명이다. 법령이 정한 필수 표시 사항이 없는 식품은 판매할 수 없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4조(표시의 기준), 제5조(영양표시), 제6조(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를 통해 필수 표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코카콜라사는 씨그램 라벨프리 제품을 20개 묶음으로 온라인 전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묶음으로 판매하면 묶음 포장지 겉면에 필수 표기 사항을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 역시 묶음 포장된 제품을 뜯어 낱개로 불법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라벨 프리 확산을 위해서는 개선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라벨 프리 제품이 아무리 친환경적이라고 하더라도 판매 채널 제약 등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면 기업들 역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폐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라벨을 없애는 방법이 좋긴 하지만 판매에 제약이 있거나 다른 부가적 비용이 더 들 경우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라벨 프리 탄산음료가 이제 막 출시된 만큼 개선책 논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고민에 빠졌다. 라벨 프리 제품 출시를 주시하고 있고 취지도 공감하고 있으나 필수 표시 사항이 식품 안전과 관련된 만큼 개별 판매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취지는 공감하고 있으나 현재 환경부를 비롯해 다른 부처와 얘기되고 있는 건 없다”면서 “시장에서 논의가 되고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그에 맞춰서 정책도 결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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