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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차기태의 경제편편)성과급도 투명성이 생명이다

2021-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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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성과급 마찰이 일단락된 듯하다. 지난 10일 열린 이 회사의 노사협의회에서 성과급 개선 방안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다고 전해진다. 지금까지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 삼아오던 경제적부가가치(EVA)를 폐기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지급하기로 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더 이상 극단적인 대립을 피하고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으니 다행한 일이다.
 
이번 파동은 SK하이닉스가 지난달 말 임직원에게 연봉의 2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공지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방침에 직원들의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좋은 실적에 비해 지급액이 적고, 특히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비해 낮다는 불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SK그룹 경영진이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점잖게 반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자신이 받은 연봉을 전부 반납한다고 했다. 이석희 사장도 올해는 성과급  수준에 대해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직원들을 납득시키에는 미흡했다. 최태원 회장의 반응은 성의는 인정되지만, 성과급 수준을 크게 늘리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장의 입장도 구체성이 없었다.
 
더욱이 직원들이 성과급 산정 지표로 삼는 'EVA'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사측은 영업 기밀이라며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기준이 되는 것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였다. 마치 검찰이 피고인을 기소하면서 수사 자료를 감추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말하자면 현저히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태도는 회사의 입장만 더 약화시킬 따름이었다. 결국 기준 자체를 바꾸면서 직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은 다른 재벌기업에게도 번져갔다. 계열사인 SK텔레콤은 물론이고, 반도체 선두기업인 삼성전자, 전기차 배터리 회사의 직원들에게도 전해졌다. 삼성그룹의 8개 기업 노조도 성과급 문제에 대해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재벌기업에서 때아닌 ‘성과급 대란’이 일어날 조짐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런 논란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회사측이 지급하겠다는 성과급 수준에 대해 직원들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마도 한국의 기업세계에서 전대미문 아닌가 한다.
 
성과급이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경제체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칼 마르크스도 성과급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급여방식이라고 쓴 바 있다. 이익을 내면 그만큼 급여를 더 주고 그렇지 않으면 주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성과급이 널리 채택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능력있는 대기업들이 늘어나며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거의 일방적으로 사측에 의해 주도됐다. 직원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갈 뿐이었다. 다소 불만이 있어도 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 직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니 상당히 뜻밖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논란이 벌어진 대기업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실적을 거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비판을 의식해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든가 근거도 없이 책정하는 것은 더욱 불합리한 일이다. 만약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는 자금이 더 유익하게 쓰인다는 보장도 없다. 협력업체를 더 잘 대우한다든가 사회공헌을 위해 사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그런 여유자금은 재벌총수 호주머니만 두둑하게 해주고 경영권 승계자금으로 '유용'되곤 했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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