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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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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세월호 유무죄 어떻게 갈렸나

2021-0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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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세월호 구조 소홀로 승객 수백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의 업무상과실치사·상 무죄 선고를 두고 “면죄부 판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은 이번 판결에 대한 평가를 감수한다고 했습니다.
 
무죄는 김 전 청장 뿐 아니라,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경청장과 이춘재 전 해경청 경비안전국장, 최상환 전 해경 차장 등 해경 관계자 9명도 받았습니다.
 
유죄 선고도 있었지만 인정된 혐의가 다릅니다. 사고 당일 세월호에 퇴선 유도를 한 것처럼 거짓 기록하는 데 관여한 김문홍 전 목포해경서장과 이재두 당시 목포해경 3009함 함장은 각각 징역 1년 1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 등이 당시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각급 상황실과 구조 세력 사이에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고, 세월호 선장이 탈출했고, 123정이 허위 보고와 늑장 대처를 한 점 등이 근거였습니다.
 
재판부는 아쉽다는 표현을 거듭하며 피고인들에게 형사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유족들은 "이제 모든 국민은 위험에 처하면 스스로 탈출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현장에 있던 책임자는 어떻게 됐을까요. 세월호 선장 이준석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돼 201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습니다. 재판부는 그가 적절한 시점에 퇴선 명령을 했어도 상당수 피해자가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선내 대기 명령을 내린 뒤 자신은 탈출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생존자에 대한 살인미수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 선원법·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세월호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 기관장은 유기치사 혐의가 유죄 인정돼 각각 징역 12년과 7년, 10년을 확정받았습니다.
 
나머지 승무원 11명은 징역 1년 6개월~3년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그해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징역 7년이 확정됐습니다.
 
이번 선고에서 재차 현장 대응 소홀을 지적받은 김경일 전 해경 123 정장은 같은해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3년이 확정됐습니다.
 
사고 당시 관제임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진도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센터장과 직원 등 13명은 직무유기죄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세월호 사건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른 건 현장에 있었느냐 여부였습니다. 최전선에 있던 이들은 유죄, 이들에 대한 지휘 책임자는 무죄가 됐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민변은 16일 성명을 내고 김 전 123정장 2심이 현장과 지휘부 모두 승객 구조 소홀에 공동책임이 있다고 지적했고 대법원도 선고를 확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판결은 재난 상황에서 핵심적인 의사결정 등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지휘부에게 면죄부를 주고 현장에 출동한 말단 공무원들만을 처벌함으로써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성을 법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이번 판결에 따르면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공무원이 상부로부터 제대로 된 지휘를 받지 못해 구조를 하지 못하면 처벌되지만, 지휘 권한을 가진 상급자가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현장과의 통신이 원활했어야 했고, 선원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야 하며, 선박이 예상보다 급속하게 침몰하지도 않아야 한다"며 "즉,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고, 예상하는 대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휘부가 제대로 된 지휘를 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선고에서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여러가지 평가 있을 것이 당연하다"며 "이 재판부도 그런 평가에 대해 판단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감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도 판결문을 작성하면서 이 같은 비판이 있으이라 짐작했을 지 모릅니다. 재판장은 선고 내내 "아쉽다"와 "안타깝다"는 표현을 반복했고, 선고 말미에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목소리가 작아졌습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들에 대한 무죄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마치고 호흡 관련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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