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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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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장 이승형입니다
(토마토칼럼) 누가 램지어의 ‘개소리’에 동조하나

2021-02-18 06:00

조회수 :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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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마크 램지어라는 미국 남성이 있다. 그는 어렸을 때 일본에서 자랐다고 한다. 학창 시절, 전범기업 미쓰비시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역사학, 일본학, 법학을 전공하고,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됐다.
미쓰비시는 1972년 하버드 로스쿨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면서 미쓰비시 일본 법학교수라는 직을 개설받은 적이 있는데, 그가 바로 그 직함을 받았다. 2018년에는 일본 경제와 사회를 홍보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정부가 주는 훈장도 받았다. 경력만 봐도 그는 뼛속 깊이 친일파미국인이다.
그런데 그가 얼마 전 내놓은 논문 하나가 일본 극우 매체 산케이에 소개되면서 일본을 제외한 국제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논문에서 어떠한 증거나 증언 없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라고 매도했다마치 해는 서쪽에서 뜨고, 오징어도 사람이라고 고집부리는 식이다.
그의 망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횟수도 많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그는 일본이 한국을 병합할 때 호의를 갖고 대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3·1운동을 폭력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물론 역사적 근거라고는 전혀 없다. 시쳇말로 자신의 상상 속 '뇌피셜'을 학술 논문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건 그가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인 자경단에 의해 저질러진 조선인 학살에 대해서도 날조했다는 사실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조선인들이 당시 대지진을 틈타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대응했다는 기적의 논리를 갖다 붙였다
그의 허황된 주장에 대해 많은 역사학자들은 역겹다고 말한다. “돈 몇 푼에 양심을 팔아먹은 자라고 비판한다. 그렇다. 미국 프린스턴대 철학과 명예교수 해리 G 프랭크퍼트가 쓴 저서 개소리(bullshit)에 관하여를 인용하자면 그는 그저 개소리쟁이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램지어의 개소리에 동조하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MBC 보도에 따르면 몇몇 인사들이 램지어를 지지하는 서한을, 문제의 논문을 실은 학술지에 보냈다고 한다. 심지어 램지어를 비판한 미국 학자들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외부인은 이 문제를 논할 권한이 없다며 압박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혹자는 이들을 가리켜 극우라고 하지만 이들은 보수도, 우익도 아닌 그저 친일파일 뿐이다. 국가주의, 국수주의 등의 이념으로 무장된 극우세력이 다른 나라의 극우세력에 동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램지어는 일본 극우 세력이 수십년간 돈을 들여 키운 많은 어릿광대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전범 가문 정치인과 기업들이 결탁한 일본 극우 진영은 일종의 전쟁범죄 역사 지우기프로젝트 따위를 가동하며 램지어의 논문과 같은 개소리를 전파하는 데 애써 왔다.
프랭크퍼트를 다시 인용하자면 그는 거짓말과 다른 개소리의 본질을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말한다. 이어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큰 진리의 적이라고 설명한다. 어떠한가. 램지어와 그의 망언이 프랭크퍼트가 규정한 개소리 정의에 딱 부합하지 않는가. 그는 진리의 적이다. 그런데 누가 감히 그의 개소리에 동조하는가.
이승형 산업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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