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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나

해외 천재지변에 정제마진 반등…국내 정유업계, 기대감 '솔솔'

지난주 정제마진 5달러까지 치솟아…손익분기점 도달 관측

2021-02-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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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미국 한파와 일본 지진 등의 천재지변이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석유제품의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과 정제마진을 모두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으면서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등 변수에 따라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헌팅턴에서 두 남성이 발전기 구동용 연료를 구하기 위해 쓰러진 나무들을 넘어 길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를 기록해 통상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으로 일컫는 4~5달러선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정제마진이 배럴당 5달러까지도 치솟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정제마진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3월 들어 마이너스(-)까지 폭락하며 사상 최악의 기록을 낸 바 있다. 이후로도 1달러대와 마이너스권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연말부터 코로나19 백신 확산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1달러 중후반대에 안착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의 마진 급등은 미국의 한파와 일본 지진으로 현지 정제설비의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공급이 부족해진 데 따른 결과다.
 
일본에서는 지난 13일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으로 일본 내 2개 이상의 정제설비가 긴급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본 최대 정유업체 ENEOS 공장에서만 일본 전체 설비의 12%에 해당하는 41만5000배럴의 설비가 중단됐다. 정유공장이 멈춰선 뒤 다시 가동되기까지 보통 2~3주가 걸리지만, 강진 이후 여진까지 발생하면서 일본 정유사들이 안전 문제로 가동을 축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 불어 닥친 30년 만의 한파도 석유 시장에 충격파를 안겼다. 정유, 화학 설비가 집중된 미국 남부지역에서 전력, 용수, 연료 공급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가 줄을 이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텍사스 한파로 인해 약 330만 배럴 규모의 정제설비가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이는 미국 전체 설비의 15%, 글로벌 전체 설비의 3.3% 규모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한 유가와 마진 상승은 단기적인 이슈로 끝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보다 앞서 유가 상승 기조를 이끌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발적 감산이 내달까지는 지속될 예정이지만, 추후 감산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 달 열릴 OPEC+(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졌다. 최근의 유가 회복세를 고려해 증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세를 지속하던 국제 원유가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서부텍사스유(WTI)는 59.24 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17일 61.14달러를 기록하며 1년 내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다시 50달러선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7일 64.34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18일 63.93달러, 19일 62.91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반등 국면에 돌아선 것은 정유사 실적 개선에 직결되는 요인이어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사우디 감산 여부에 따라 3월까지의 단기 이슈에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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