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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연

증시·부동산 숨고르기…넘쳐나던 현금 어디로?

대기성자금·가상화폐 거래 급증…전문가 "당분간 고위험 투자 위험"…금융권 고금리 수신상품 확대

2021-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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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유연·신병남 기자] 증시가 조정을 받고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저금리 국면에서 늘어난 시중자금이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인다. 한달 새 은행의 요구불예금 계좌에는 30조원이 몰렸고 가상화폐, 펀드 등 차익 실현을 위한 다른 투자처를 찾는 이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에 비춰 당분간 위험성 높은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자산 운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금융권도 때아닌 고금리 수신상품을 선보이거나 해지 부담이 적은 예·적금을 확대면서 유동자금 유치에 나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들어 5거래일(2일~8일)간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6540억원으로 전달 19조950억 대비 12.8% 감소했다. 1월 한때 32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는 3000선을 맴돌고 있다. 2·4 부동산 공급대책 이후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상승폭이 둔화했다. 반면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은 2월 말 5대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우리) 기준 전월대비 29조277억원 늘어난 605조8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 원인으로 국제유가·중국 생산자물가 상승 등이 지목되면서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시각이 커지자 투자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규제와 주식 하락장세에 갈 곳 잃은 돈이 투자자 예탁금이나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몰리고 있다"면서 "미국 국채금리 상승 부담에 코로나19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이 같은 흐름은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고 순환을 가속할 것"이라며 "IT, 커뮤니케이션, 헬스케어의 비중이 높은 국내 주식시장에 불리할 수 있어 여전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이 이러한데도 수익성만 좇고 있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특히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으로의 쏠림이 매섭다. 지난달 25일까지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액은 7조9000억원으로, 2월1일부터 10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19조8000억원)의 40% 수준에 달했다. 펀드에도 돈이 몰렸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1조 4000억원이, 공모주 펀드에는 8000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장 많은 자산 유입과 가격 상승을 보인 비트코인은 떨어졌을 때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내재적 가치의 존재와 이에 대한 입증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금리 인상 때문에 코로나 백신으로 회복이 되고 다시 경기회복 기대감 때문에 인플레가 올라갈 것"이라면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변화를 감지한 금융권도 유동자금을 유치를 위한 전략을 선제적으로 펼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최대 6.0% 금리를 주는 '우리 Magic 적금 by 우리카드'를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최대 연 1.3% 금리 '하나 더 적금'의 판매기한을 한도 소진(1조원) 시까지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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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코스피가 2996.11로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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