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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나

미래먹거리 위해 'NCC' 도전하는 정유업계…석화기업들 예의주시

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하반기 155만톤 에틸렌 생산 시작

2021-03-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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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전세계적인 '친환경' 바람을 타고 정유 업계가 석유화학 사업의 비중을 늘리며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범용 석유화학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면서, 기존 석유화학 기업들도 사업 전략 구상에 분주한 모습이다. 
 
10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가 추진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이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사는 기존에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석유화학사들에 공급해 왔지만, 하반기부터는 직접 올레핀 등 범용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8월 완공 예정인 해당 시설에서는 폴리에틸렌(PE) 85만톤, 폴리프로필렌(PP) 50만톤의 생산능력이 예상된다. GS칼텍스도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간 에틸렌 70만톤, PE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생산시설(MFC)을 짓고 있다. 
 
지난 2018년 5조원을 들여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을 완공한 에쓰오일도 7조원가량을 추가 투입해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 '샤힌(Shaheen)'을 진행중이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생산물량 비중을 현재 12%에서 25%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샤힌 프로젝트의 완공 시점은 2026년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은 정유사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신성장 분야"라며 "하반기 자사의 상당히 의미있는 규모의 증설이 있을 예정이며, 이를 기점으로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범용재 시장에 진출하는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2026년까지 국내 정유 업체들이 계획한 에틸렌 증설량은 305만톤으로, 같은 기간 석유화학사들의 증설량인 148만5000톤의 2배를 뛰어넘는다. 
 
에쓰오일 울산 RUC&ODC 설비. 사진/에쓰오일
 
정유사들이 일제히 NCC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에 NCC를 운영하던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중국과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증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공급 과잉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던 나프타 물량이 줄어든 만큼 수입 비중이 늘어나 추가적인 비용 집행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문화 확산으로 전방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큰 타격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확산되면서 전반적인 석유화학 시황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각국의 친환경 정책과 맞물려 진입장벽이 높은 '스페셜티' 영역에서 신시장이 창출되고 있다는 점은 기술 경쟁력을 지닌 기존의 석화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전체 시장의 측면에서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가격 상승세와 함께 수요의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정유사들이 만드는 것은 대부분 범용 제품이지만 기존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기술 기반의 스페셜티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이를 중심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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