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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쏘아올린 공)실적 못 내면 몸값 인색한 한국…적자 내도 '미래성장성' 보는 미국

전통적 기업평가 지표 한계…"이대로 가면 유니콘기업 다 떠나"

2021-03-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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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염재인 기자] 스타트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미국 직상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비해 상장 문턱이 낮은데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술력과 미래성장성에 맞는 몸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IPO시장이 기업 평가에 야박하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해선 저평가 요인 해소와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도입 등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해외증시 상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관건은 ‘밸류에이션’으로 똑같은 기업을 상장시켰을 때, 국내보다 미국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쿠팡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실제 쿠팡은 지난 11일 뉴욕증시 상장 첫날 단숨에 시가총액 891억달러(약 100조원·종가)를 기록하며 주가매출비율(PSR)의 5.4배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5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배가량 더 많은 규모다.
 
상장 요건 또한 상대적으로 낮다. 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 미래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수익성, 매출, 현금흐름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되는 반면 코스닥의 경우 사업이익과 매출, 자기자본 등을 평가하는 '경영 성과 및 시장평가' 항목이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황 연구위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IPO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니 반갑지 않겠지만, 기업 측면에서 봤을 때는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뉴욕이나 해외 증시 상장을 검토할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나스닥에 직상장한 두루넷의 시가총액은 22억달러(상장 첫날 종가 기준)였지만 쿠팡은 100조원을 넘었다”면서 “국내 기업의 뉴욕 증시 직상장은 글로벌 규모에서 경쟁력과 시장성을 평가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특히  “국내 유니콘 기업들도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에 도입된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제도의 확대 적용을 비롯한 인센티브 부여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외 유망 기업들이 국내에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제 합리화를 통한 자본시장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차등의결권(보유한 지뷴율 이상으로 의결권 행사하는 제도)을 허용하고 특례 상장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논란이 있었지만, 쿠팡이라는 기업을 글로벌 투자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큰 가치가 있다”며 “매크로의 관점에서 쿠팡과 같은 파괴적 혁신 기업은 매우 크고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어 낼 것이고, 역설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은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핵심논리가 된다”고 평가했다. 주가수익비율(PER), 자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전통 밸류에이션 방법론의 한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기술력에 대해 객관적인 지표가 없고 승인해줄 전문가나 투자자가 없다는 점에서 기업이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며 “차등의결권과 같은 제도의 문제뿐만 아니라 투자환경, 여건도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국내 모빌리티 혁신과 성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의 경우 지난해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좌초됐으며, 의약품 배달 앱 ‘배달약국’은 현행법 위반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규제의 불확실성은 신생 스타트업 등 기업들로 하여금 혁신적인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데 걸림돌로 자리하는 셈이다.
 
사진/뉴시스
 
백아란·염재인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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