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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독일연방교통국, 삼성SDI 탑재 BMW 차량 "배터리 셀 문제 추정"

융착돌기 형태 이물질에 따른 단락 가능성… 융착돌기 갤럭시 7 발화 원인으로 꼽혀

2021-03-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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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독일 BMW가 삼성SDI(006400)의 배터리를 탑재한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2만6000여대에 대해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실시하는 가운데 전량 회수된 배터리 셀에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이물질이 묻은 불량셀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셀이 전기차 화재의 정확한 원인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리콜 담당 기관들이 일제히 배터리 셀 결함에 따른 화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포드도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PHEV 차량 리콜을 실시 중인 가운데 리콜 비용 분담과 관련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의 신경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BMW 차량 리콜 보고서. 출처/EU위원회 홈페이지
 
23일(현지시간) <뉴스토마토>가 독일연방교통국(KBA)에 확인한 결과 BMW 차량 리콜 대상 차량에 탑재됐던 배터리 셀 사이에 융착돌기(welding beads)가 남아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융착돌기 형태의 이물이 내부 단락을 일으키고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융착돌기는 각형 배터리에 제작 과정에서 점용접으로 선용접할때 생기는 구슬모양의 돌기로,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지난 2017년 갤럭시 노트7 발화 당시 비정상 융착 돌기가 화재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셀에 이물이 들어가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지만 융착돌기를 전기차 화재의 직접적인 화재 원인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KBA는 이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KBA에 따르면 BMW는 지난해 10월 PHEV 차량 2만6668대에 대한 리콜에 들어갔다. 대상 모델은 세단 2시리즈·3시리즈·5시리즈·7시리즈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 X1·X2·X3·X5, BMW 미니 컨트리맨 등이다. 리콜 대상 차량은 독일을 비롯해 덴마크, 그리스, 스웨덴 등 유럽 12개국과 미국, 한국 등으로 수출됐다. 해당 리콜 조치 완료 기간은 12개월로 오는 10월 완료될 예정이다.  
 
KBA 관계자는 "융착돌기 형태의 이물은 배터리 셀이 단순 이물로 오염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럽연합(EU) 위원회에 오른 보고서 2건을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지난해 9월 올라온 BMW 차량 리콜 보고서에는 차량 리콜 원인 즉 위험 유형은 화재(Fire)로, 리콜 사유는 "초기 충전 과정에서 융착돌기 형태의 입자가 고전압 배터리의 단락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융착돌기 형태 입자는 배터리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화재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앞서 같은 차종을 두고 같은해 1월 작성된 보고서에는 '오염된 고전압 배터리의 셀이 단락을 일으키고 화재 위험을 높인다"고 적시돼있다. 추가 조사를 통해 배터리 셀 자체의 결함을 확인한 것이다. 
 
EU 보고서에 언급된 리콜 사유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BMW PHEV 모델 리콜시 지목한 배터리의 화재 원인과도 유사하다. 지난 9월 말 NHTSA는 BMW PHEV 모델 리콜 결정시 내놓은 보고서에서 "BMW X5 화재 사고 조사 결과 추가 조사를 통해 배터리 셀 내부에 이물이 정상보다 많이 들어간 확인됐다"면서 배터리 셀 제조 불량에 따른 화재 가능성을 지목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밝힌 사유와도 다르지 않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BMW 리콜과 관련해 국내에 들어온 문제 차종 330e, 530e, 745e, 745Le, X3. X5 xDrive45e 등 총 1257대에 대한 리콜을 시행 중이다. 이중 판매된 차량은 479대로, 국토부는 리콜 사유로 '고전압배터리 셀 생산과정에서 셀 내부 이물질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을 가능성'과 '이물질이 셀 내부에 남아 있을 경우 배터리 단락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꼽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 공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화재 원인이 100% 배터리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발견된 배터리 자체 결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SDI가 납품한 배터리에 문제가 있었고 BMW와 합의를 통해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 방식으로 리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BMW사와 함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가 끝나면 리콜 비용 분담에 관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배터리 부문 호재로 4분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전기차 화재 리콜에 따른 충당금 설정으로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다만 PHEV 배터리 가격은 순수 전기차(EV)의 4분의1 수준으로 전량 리콜에 따른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리콜 비용 부담 비율을 두고 완성체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와의 미묘한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BMW 외에도 포드는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SUV 쿠가 PHEV 모델의 화재로 지난해 말부터 2만500대의 리콜을 진행 중이다. 포드 유럽 법인은 삼성SDI에 배터리 결함 관련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계획으로, 포드가 추정하는 화재로 인한 손실액은 최대 12억 달러(한화 약 1조3500억원) 수준이다. 포드는 쿠가 PHEV 화재로 새로 출시 계획 중이던 준중형 SUV 이스케이프의 생산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차종에는 쿠가에 탑재된 것과 같은 종류의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한국 이차전지를 장착한 전동화 차량 배터리 관련한 연쇄적인 리콜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럴 때 일수록 배터리 제조사는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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