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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디지털성범죄③)핵심은 '해외 서버 삭제'·'운영자 체포'…인력 보강해야

2021-04-12 06:00

조회수 : 8,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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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제2, 3의 소라넷, n번방 근절의 핵심은 서버 삭제와 운영자 검거다. 그러나 서버와 운영자까지 모두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더라도 해외에 서버가 있으면 우리 정부가 강제로 사이트를 폐쇄할 수 없다. 해외 공조가 절실하지만,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다. 여기에다 디지털 성범죄 발생건수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
 
불법촬영물 삭제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국내 서버만 삭제할 수 있다. 국외 서버의 경우 '삭제 자율 규제 요청'과 '접속 차단'이 최선의 조치다. 이 때문에 방심위는 국제 협력 업무를 확대해 사이트를 폐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방심위는 지난 2019년부터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 등과 협약을 맺고 해외 사업자의 불법 정보 삭제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최승호 방심위 긴급대응팀장은 "원 정보가 삭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해외 유관기관과 해외 사업자의 협조를 구해 디지털 성범죄물은 아예 유통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는 사이트는 미국 등 선진국이 아닌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국가 기관들이 한국에서 원하는 수준에 기관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국가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인프라나 절차가 없는 곳이 많아 공조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들 국가의 성범죄 인식 수준이 낮은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방심위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은 전 세계적으로 불법이라는 공감이 형성되어 있는데 아직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도 아동음란물 수준으로 악질적인 불법 행위라고 인지시키려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우선 경찰은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내에 '글로벌 IT기업 공조전담팀'을 설치하고 해외 IT 기업과 직접 소통하는 방법을 택했다. 해외 정부 등과 협력으로 발생하는 길고 복잡한 과정을 단축하고 수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IT기업 공조전담팀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각국의 IT 기업과 함께 국외 도피 사범 및 해외 서버 이용 불법 사이트 운영자 검거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추적시스템도 강화하는 중이다. 여성가족부와 경찰, 방심위 등 정부는 현재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피해 신고가 접수된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피해 영상의 DNA 해시값을 추적시스템에 등록하고 해외사이트·P2P·SNS 게시물을 추적해 삭제·차단 지원한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최근 3년간 추적시스템으로 피해 영상 약 5200건을 삭제·차단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가 워낙 급격하게 늘고 있어 담당인력의 대대적 보강 없이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 관계자는 "1년 365일 24시간을 17명이 한 팀이 되어 주야비비(한 사람이 주간 12시간, 야간 12시간 근무 후 이틀을 휴식하는 체계)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이들이 모든 사이트를 다 보는 상황이다 보니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도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해당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인당 30건 정도의 사이버 범죄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최근 100건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며 "일은 늘어나는데 예산 등의 문제로 인력 증원은 없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이 범죄행위 적발건수 및 처벌건수와 불가분 관계에 있는 만큼 담당 인력 보강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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