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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대법 "미래에셋·유진운용, 도로공사에 39.5억 배상하라"

2021-04-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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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로서 투자자 보호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과 유진자산운용은 한국도로공사 기금에 입힌 손실에 대해 배상을 하게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 미래에셋증권과 유진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기본법 50조, 52조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법인인 원고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10조 3항 12호에서 전문투자자로 규정하는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한국도로공사가 전문투자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사내복지기금 업무 담당직원 A씨는 2013년 1월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금융투자상품을 추천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이 추천한 상품은 투자금의 절반 규모를 미국 생명보험증권 펀드(TP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이 상품 모펀드(TP펀드)에 대해 “복잡하고 높은 위험이 있어 일반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며 “금융투자회사는 고객에게 해당 상품을 추천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금융감독청의 경고에 앞서 2011년 6월 산은자산운용(현 멀티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 자회사)이 TP펀드에 재간접투자하는 펀드를 설정?1운용하다 TP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증권 측은 이 상품 위험요인에 대해 통상의 금융투자상품 설명서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A씨에게 안내했다.
 
결국 A씨는 2013년 1월 해당 상품이 정기예금 성격이 강한 상품이라고 보고했고, 그 다음달 50억원 규모의 사내복지기금이 이 상품에 투입됐다. 이어 2013년 4월 36억원, 같은 해 5월 20억원, 같은 해 7월 36억원 상당 금액이 추가로 들어갔다.
 
그런데 해당 상품의 모펀드 TP펀드 운용사인 MPL사가 2013년 4월 이후 TP펀드에 대한 모든 환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상품 설정자인 유진자산운용은 MPL사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통지받았으나 이를 미래에셋증권에 바로 알리지 않았다. 142억원에 달하는 사내복지기금이 펀드에 투입된 이후인 2013년 8월에야 유진자산운용은 미래에셋증권 측에 환매중단결정을 사실을 통지했다.
 
이로 인해 투자 원금 142억원 중 56억원 규모의 손실을 본 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유진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미상환 투자원리금 64억9152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 미래에셋증권은 원고(도로공사 복지기금)의 펀드 가입 전 이미 펀드 위험요인 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원고가 이 같은 펀드의 위험요인 등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피고(미래에셋증권)의 기망으로 인해 펀드 계약이 체결됐다는 점에서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유진자산운용에 대해서는 “원고(도로공사)와 각 펀드를 설정·운용한 집합투자업자(유진자산운용) 사이에 직접적인 해당 펀드에 대한 투자신탁계약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일반투자자인 원고에게 적합하지 않은 투자상품을 권유해 자본시장법상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펀드를 설정한 집합투자업자인 유진자산운용도 투자유인에 방점을 둔 해당 펀드 상품안내서 등 자료를 작성·제공했으므로 ‘투자권유’를 했다고 보여지는 만큼 미래에셋증권과 연대해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 투자 상품에 대한 손익구조, 위험성 등을 파악하는데 게을리했다며 손실분 56억4424만원에 대한 과실비율을 30%로 판단하고, 피고들(미래에셋·유진운용)에게 책임을 70%로 제한해 39억509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본사 전경. 제공/각 사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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