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권안나

배터리 제조사,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 설립 득실은

완성차 배터리 내재화 '징검다리' 시각…"기술 유출 우려"

2021-04-26 06:04

조회수 : 3,96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전기차 제조사와 배터리 기업들의 합작사(JV) 설립 및 증설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터리 제조사에 득이 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나온다. 
 
GM과 LGES 미국 테네시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 설립 발표 현장. 사진/LGES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제조사와 배터리 기업간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공급사-고객사의 관계에서 한층 밀착된 협력 관계를 통해 급속히 팽창하는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선 16일 SK이노베이션과 현대·기아차가 2024년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신차의 배터리 공동 개발 방침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0년부터 이들 완성차 업체와 블루온 배터리 개발에 협력해 레이EV,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아이오닉5, EV6 등 신모델의 배터리도 공동 개발한 바 있다.
 
또 17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LGES)이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GM과 미국 내 제2 합작공장 설립에 공동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양사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LGES의 공장이 있는 미국 테네시주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두 회사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짓고있는 제1 합작공장까지 합치면 2023년부터 연간 100만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협력 움직임이 배터리 원가를 낮추고 안정적인 수급처를 확보하고자 하는 자동차 기업의 요구와 장기간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배터리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전세계 전기차 점유율 1,2위 업체인 테슬라와 폭스바겐을 비롯해 중국 지리자동차, 토요타, 현대차 등도 최근 연이은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업체들이 추구하는 '배터리 내재화'의 중간 단계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사의 합작에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항상 잔존해 있으며, 사실상 내재화로 봐야한다"며 "특히 확실한 기술 경쟁력이 없을 경우 과거 닛산과 NEC의 합작사인 AESC가 중국 업체 팔렸던 사례처럼 어느 순간 합작사가 깨질 수 있고 이때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발표하면서 배터리사 입장에서도 자동차 업체들과 기술을 코업하는 게 상생효과가 있다고 보고 교집합을 찾은 것"이라며 "합작회사 설립시 지분이나 특허 등을 어떻게 공유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허권 사용료만 지불하고 나머지를 모두 제작사가 가져간다면 내재화 움직임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시장에서 미래 배터리 기술의 방향성이 아직 완벽하게 결정되지 않은 만큼, 합작 움직임을 배터리 내재화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기술 트렌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에 따라 기업들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 연구원은 "자동차 기업의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은 있다고 보지만 향후 4~5년내에는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직 리튬을 비롯해 차세대 배터리 등의 기술적 방향이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합작사 설립은 아직까지 배터리를 내재화해봤자 이익이 남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봐야하기에, 배터리 내재화와 연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와 자동차 제조 기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합작을 한다고 해서 기술 유출로 이어진다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며 "합작과 합병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 권안나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