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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년 창간기획②)유동성의 힘…파티는 계속될 수 없다

<커지는 버블 경고등> 작년말 가계부채 1726조

2021-05-11 06:02

조회수 : 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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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팬데믹에 의한 경기침체(Pandemic Recession)’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경기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과잉에 따른 자산 시장의 과열양상이 변수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특히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계심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과 최대의 유동성이 만들어낸 버블현상을 목전에 두고 <뉴스토마토>는 15주년 창간기획으로 ‘거품 리스크’를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커지는 버블 경고등' 글 싣는 순서
 
①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자산 전부 올랐다
②유동성의 힘…파티는 계속될 수 없다
③버블 위기 가능성…일본 불황의 '교훈'
④버블 붕괴는 시간문제…전문가들 "자산 급락 대비해야"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자산시장에 형성된 거품(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 재무장관이 '완만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나스낙시장이 출렁이는 등 금리 인상을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 인상 등의 신호를 '일시적'이라고 진단하는 등 적절한 시기에 확실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726조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생계자금 수요 급증 영향도 있으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0.5%까지 인하한 저금리 기조 탓도 있다. 주식, 암호화폐 등에 투자해 은행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챙기거나 대출을 받아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육박한 수준으로 선진국(70%)과 비교할 때도 폭증한 상황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푼 돈도 유동성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4차례에 걸쳐 66조8000억원의 추경을 집행했다. 올해 1차 추경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81조8000억원까지 불어난다. 자산시장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시기는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가격이 모두 폭등한 시점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시사경제지 '더애틀란틱' 주최 화상 콘퍼런스에서 "경제가 과열하지 않게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금리 이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이날 미국 나스닥은 2% 넘게 급락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뉴시스·AP
 
문제는 금리 인상의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가 늘어날대로 늘어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주가 폭락, 대출 상환 연체, 채무불이행 사태가 도미노처럼 일어날 수 있다. 
 
실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시사경제지 '더애틀란틱' 주최 화상 콘퍼런스를 통해 "경제가 과열하지 않게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 있다"며 금리 이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국 나스닥은 2% 넘게 급락했다. 
 
한국으로서는 달러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연쇄적으로 금리인상을 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국내 증시의 외국인의 자금 유출과 위험자산 선호 심리 위축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4월 1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회복 신호가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아직 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와 이달 발표된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오는 27일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지난달 14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내에서도 금리인상 의견이 나왔다. 한은이 4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1년 7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보다 뚜렷해질 경우에 지금보다 금융안정에 더 무게를 둔 통화정책 운영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상태다.
 
또 다른 위원도 "조만간 정부가 발표할 가계부채 관련 대책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통화정책적 차원의 고려 필요성이 점증(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국내 소비자 물가는 2.3%로 한은의 목표인 2%를 초과했다. 지난해 3월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높은 수준이다. 주요 세계경제기구들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올리는 등 경제성장의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높은 3.3%, 국제통화기금(IMF)은 0.5%포인트 상향한 3.6%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가 아직까지 물가인상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어 적절한 시점에 대응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4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2분기의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물가 안정노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늘어난 가계부채 대응에 다소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은 오는 7월 시행 예정으로 두 달 이상의 시차가 있어 이 기간에도 부채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726조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사진은 이주열 한은 총재.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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