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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새나

"사진 세 장에 10만원"…불황 모르는 아이돌 굿즈(수정중)

앨범 판매·굿즈 거래량↑…"대면활동 불가로 인한 대리 충족"

2021-05-11 13:38

조회수 :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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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과거 콘서트 '화양연화 온스테이지' DVD의 원가는 3만9600이다. 그러나 트위터 등 SNS, 번개장터를 비롯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10만~20만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멤버의 얼굴이 들어간 일반 굿즈 상품 역시 '프리미엄(플미)'가 붙으면 그 가격은 치솟는다.
 
#. 최근 아이돌 그룹들은 하나의 앨범을 발매하면서 버전은 2~4개로 구성된다. 앨범마다 공식 사진 '포토카드(포카)' 구성은 랜덤이다. 예시로 지난해 활동한 그룹 NCT의 경우 멤버가 23명으로 'NCT2020' 앨범 버전은 키노 앨범을 포함, 총 8개다. 이 중에서 원하는 멤버의 포카를 앨범 구매로 뽑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이에 팬들은 원하는 멤버의 포카를 구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중고거래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 NCT 멤버 성찬의 지난해 활동 앨범 포카 중 한정판 제외, 모두 중고 거래로 구매해 보니 약 2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한 장의 시세는 몇 천원부터 몇 만원까지 책정돼 있다. 다른 멤버들도 장당 1만원 이하 가격부터 많게는 여러 장에 수십 만원의 거래가 진행되기도 한다. 
 
트위터 등 SNS, 번개장터를 비롯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아이돌 그룹의 굿즈를 양도한다는 게시글은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올라온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많은 지출이 들어가는 콘서트가 중단되자 팬들이 앨범과 굿즈 구매로 대리 만족, 소비 욕구를 해소하는 것.
 
자신을 NCT 팬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콘서트 티켓 가격만큼의 비용을 포카 구매에 사용했다"며 "한 멤버 포카 세 장을 구매하는 데 10만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오프(오프라인 활동)가 사라지니 이렇게라도 대리 충족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팬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활동이 중단되자 자신이 좋아하던 그룹의 팬 활동을 접으면서 그동안 모았던 포카와 굿즈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싼 멤버의 경우 포카 몇 장만 해도 20만원이 넘어간다"면서 "일반 굿즈와 함께 트위터에 올리자마자 외국인을 비롯한 다른 팬들에게 연락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막혀버린 팬 소비 욕구는 개인간 굿즈 거래로 번졌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1~10월 스타 굿즈 거래 자료를 살펴보면 스타 굿즈 거래 건수는 총 58만건이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다. 스타 굿즈 전체 거래액은 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6% 늘었다. 이 가운데 보이그룹 굿즈의 거래 건수와 거래액이 각각 41만건, 80억원에 달한다.
 
SNS에서 거래되고 있는 굿즈(포토카드). 사진/트위터
 
팬들의 소비 욕구는 실물 앨범 판매량 증가로도 이어졌다. 앨범 판매량은 2016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지만 지난해는 유독 그 폭이 컸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집계한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톱 400 앨범 판매량 합계는 약 4025만장으로, 전년에 비해 64%나 증가했다. 
 
앨범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1차적으로 아이돌 팬들에게 실물 음반이 음악 청취 수단보다는 굿즈 상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콘서트 등 오프라인 팬 활동이 막혔고, 아이돌 팬덤의 구매 욕구가 앨범으로 쏠리는 '보복 소비'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대면 활동이 불가해지면서 쌓인 팬들의 갈증이 앨범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앨범을 많이 살수록 팬 사인회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마케팅 전략도 몫을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영상통화 팬 사인회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수치 이종용>>>>이 같은 팬 소비는 코로나19로 그늘이 졌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빛이 됐다. 지난 2월 KB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BTS가 속한 하이브(빅히트)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123억원, 영업이익은 52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콘서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레이블의 팬덤을 바탕으로 음반, 콘텐츠, MD 등 콘서트를 제외한 전 사업부문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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