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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이용구 사건 일단락…'부실 수사' 논란 여전

시민단체, 서초서장 등 특수직무유기 공동정범 고발

2021-06-1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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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담당 경사가 검찰에 송치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수사 윗선을 검찰에 고발하고, 외압이나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요구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10일 서울 서초경찰서장, 형사과장, 형사팀장을 특수직무유기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수사 업무가 상명하복에 의해 수행되는 점, 말단 수사관이 상부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사건을 은폐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점, 서초서장 등이 '이 전 차관이 평범한 변호사인 줄로만 알았을 뿐 유력 인사란 점을 몰랐다'고 거짓말한 점, 상급 기관에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서초서장 등은 처음부터 이 전 차관을 봐주기 위해 특정범죄가중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폭행을 적용할 것을 공모했다고 볼 수밖에 없고,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해 상급기관에 보고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2월19일 관련 보도가 나오고 서울경찰청 등에서 진상 파악에 나섰을 때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서울청에 허위 보고를 한 것은 진상조사 업무를 방해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도 추가해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차관이 사건 직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최측근 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과 관련해 경찰관들이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메시지를 삭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윗선 개입이 없었다는 경찰의 조사 결과는 부실하다 못해 조작에 가까운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수사·감찰 합동 진상조사단은 지난 9일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을 담당한 서초서 A경사에 대해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사단은 서초서장, 과장, 팀장에 대해 이번 사건이 범죄수사규칙상 보고 대상 사건인데도 보고하지 않아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감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A경사는 지난해 11월11일 오전 9시쯤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는데도 압수 또는 임의제출 요구 등 조처를 하지 않고 해당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A경사는 폭행 사건 내사 종결 후 그해 12월19일 최초 보도에 따른 진상 파악 과정에서도 영상을 열람한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서장, 과장, 팀장, A경사는 사건 처리 당시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서초서는 최초 보도 이후 이 사건 진상 파악 과정에서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서울청에 보고했다.
 
조사단은 A경사의 블랙박스 영상 은폐 등 사건 처리가 외압 또는 청탁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통화 내역을 분석하고, 휴대폰 포렌식과 관련자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전 차관이 전·현직 경찰관과 통화한 내역이 없고, 이 전 차관의 통화 상대방 중 서초서장 이하 사건 담당자와 통화한 내역이 없는 것을 파악해 외압이나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같은 날 논평에서 "부실 수사·봐주기 수사의 정황은 이미 조사 초기부터 확인됐지만, 경찰 진상조사단의 오늘 조사 결과는 수사에 대한 외압이나 부정한 청탁 여부에 대해 새로운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며 "수사 담당자 경사 1명만을 송치해 '꼬리 자르기'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차관의 신상이 공유된 가운데 사건 관련 보고가 누락이 있었는데도 조사단은 그 이유를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부실 수사의 형사적 책임을 경찰서장 등 지휘 라인에 묻지 않고, 사건 담당자인 A경사에게만 지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부정한 청탁도, 외압도 없었지만, 그저 수사가 부실했을 뿐이라는 조사단의 입장을 곧이곧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이 전 차관의 통화 상대방 중 서장 이하 사건 관련자와 통화한 사람이 없다는 조사 결과는 있지만, 서울경찰청장이나 경찰청장 등 사건 관련자들의 지휘라인과 통화했는지 여부는 조사 결과에 드러나 있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외압이나 부정한 청탁을 하는 방법이 단순하게 사건 관련자와 통화하는 것만 있지 않다"며 "당연하게도 경찰 지휘 라인을 통해 외압이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가 추가 조사나 수사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관련해 서초경찰서장, 과장, 팀장을 특수직무유기 혐의 공동정범으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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