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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70% 현금만 쓰는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통화' 추진 왜

탈달러화 추진·금융문맹률 제고…극심한 가격 변동성 해소 관건

2021-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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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사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면서 금융 문맹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암호화폐의 법정통화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의회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제출한 비트코인 법정통화 승인안을 재적 84명 중 62명이 찬성해 압도적 다수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엘살바도르의 법정화폐는 기존 달러에 비트코인까지 포함되면서 '투톱 체제'가 됐다. 암호화폐가 법정통화가 된 국가는 전 세계 국가 중 엘살바도르가 유일하다. 
 
화폐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 안정성이다. 달러가 세계 긴축통화 역할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가격 안정성 때문이다. 엘살바도르가 변동성이 극심한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정했다는 점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사용하려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엘살바도르는 자국이 발행한 법정통화 없이 미국 달러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발생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경제 정상화를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를 풀면서, 엘살바로드에선 화폐가치가 하락해 통화정책에 난관에 빠지기도 했다.
 
이 같은 고민은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5일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서 "미 연준과 같은 중앙은행들의 조치가 엘살바도르의 경제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를 완화하려면 어떤 중앙은행도 공급을 통제할 수 없는 디지털 통화 유통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외부적으로는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금융서비스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엘살바도르의 계좌 보유율은 은행 29%, 모바일 머니 서비스 4%로 국민 10명중 7명이 계좌 없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평균이 63%(세계은행 기준)임을 고려하면, 엘살바도르의 금융접근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엘살바도르의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은 해외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엘살바도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10%에 달하는 송금 수수료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송금 수수료가 없는 비트코인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이 제대로 된 결제 수단으로 작동할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로 쓰이게 되면 엘살바도르 내 모든 기업과 매장에서는 비트코인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순간 가격이 폭락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외신들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엘살바도르 개발은행 내 수탁기관을 설립하고 1억5000만달러(한화 약 1700억원)를 비축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인들이 요구할 경우 수탁기관이 달러와 교환해주는 방식이다.
 
한편 엘살바도르 정부는 앞으로 비트코인 기술을 활용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국제통화기금(IMF)과 만나 비트코인 법정통화 전환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 있는 의회에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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