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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토마토칼럼)끝 보이는 코로나 백신 '작전'

2021-06-16 06:00

조회수 : 1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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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허위사실에 가까운 얘기에 휘둘려서는 답이 없다. 실체가 불분명한 악재보다 그동안 기업이 보여준 실력과 성장성을 믿고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져야만 해결될 수 있다."
 
몇 년 전 한 증시 전문가에게서 들은 말이다. 실적을 비롯해 미래에 대한 준비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어 주가가 한동안 상승세를 탔지만 어느 순간 막연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부정적 전망과 풍문이 쏟아져 나오면서 몸살을 앓은 종목들에 관한 대화에서다.
 
긴 얘기는 호재와 악재를 떠나 확인된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는 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개인적인 손해를 줄이고 동시에 타인의 피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지 못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공매도를 악용하거나 과장된 정보로 주가를 '뻥튀기'하는 등의 악질적인 무리에게 허튼수작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이 이때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백신은 계속된 공격을 받았다. 공세를 펼친 쪽에서는 백신 물량이 부족해 접종을 못 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거나 특정 연령층이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백신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는 식의 뉴스가 쏟아졌고 예방접종 피해보상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거나 정부가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정보를 은폐·축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집단 면역 형성은 2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저주에 가까운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대통령이 부작용이 심한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 위해 '바꿔치기'했다는 음모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모두 과장, 왜곡, 허위다. 백신 물량은 충분히 확보됐고 일정 차질없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대부분 인과관계를 찾기 힘들다. 이상 반응 신고 현황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고 연내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는 공장 증설을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상태로만 미래를 예측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끊임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 '닥공'은 백신 접종의 불안감을 키우는 효과를 냈다. 이성적 판단보다 앞서는 공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백신의 위험에 관한 진위를 따져 본 사람 중에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니 자극적이고 부풀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할 처지라면 그 두려움이 더욱 컸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들어 백신 불안감은 상당히 누그러졌다. 접종자가 빠르게 늘면서 공포를 조장하던 얘기들이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면서다. 아마 지금의 속도라면 정부의 목표보다 이른 시점에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코로나19로부터의 자유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악질적인 무리의 허튼수작을 적극적인 백신 접종 동참으로 극복하는 결과가 예정된 셈이다.
 
하지만 악의적인 공세를 이겨냈다는 사실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타인의 목숨을 걸고 이익을 얻으려 했던 자들에 대한 단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죄의식이나 양심의 가책 없이 사회구성원의 공포를 자극해 피해를 주는 '아니면 말고' 식의 공격을 반복하고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희희낙락하면서 지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격 최전방에 섰던 이들이 이제는 앞다퉈 백신 접종을 자랑하는 것만 봐도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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