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9)씨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접종 당일까지 아무런 증상이없었지만, 다음날부터 39도에 가까운 고열과 몸살이 시작됐다. 근육통이 심해 몸을 가누기 힘들어 진통제까지 먹어야 했다. 그런데 같은 날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이씨의 아내는 별 다른 이상 반응 없이 일상 생활을 누렸다. 이씨는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을 수록 몸이 젊고 건강한 것이라고 들었다"며 "아내도 접종자 대다수가 겪는 이상반응이 없으니 백신 효과가 있는 것인지,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다양한 접종 후기가 온라인 상에 공유되고 있다. 이상반응의 종류는 다양하다. 주사 부위가 뻐근한 통증부터 근육통, 발열, 오한과 같은 몸살 기운, 두통과 메스꺼움도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얀센 백신 접종자 1만220명을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한 결과 '건강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접종 당일 10.0%, 접종 1일차 56.5%, 접종 2일차 24.3%로 나타났다. 이상반응 종료로는 근육통·피로감 등 전신반응 22.3%(1747명), 주사 부위 통증 등 국소반응 21.3%(1673명), 열감 10.2%(799명) 등 순으로 많았다.
그 밖에 두통 10.2%(797명), 오한 4.9%(384명), 기타 1.5%(117명) 등의 순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근육통(46.3%)이 가장 많았고, 두통(34.0%)과 발열(33.3%), 오한(23.4%), (16.9%) 등이 뒤를 이었다.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 반응이 다양하면서 이상 반응 여부나 정도에 따라 본인의 건강 상태나 백신 효과를 추측하기도 한다. 이상 반응이 강하게 나타날 수록 항체가 잘 형성됐다거나 몸 상태가 건강하다는 논리다. 역으로 말하면 별다른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항체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상 반응 여부와 항체 형성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과 코로나19 항체 형성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약한 버전의 감기 바이러스)를 매개체로 한 백신인데, 생애 기간 아데노바이러스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이상 반응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층에서 면역 반응이 더 세게 나타나기는 한다"고 말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 병원 운영센터장도 "코로나 백신 이후 이상 반응은 자기 몸에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A형 간염 백신의 경우에도 맞고 나서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항체 형성률은 100%에 가깝다"며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심하다고 항체 형성이 잘 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정도로 백신 효과를 짐작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학교와 분당 서울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1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신 접종 후 부작용과 무관하게 코로나19 대항 항체가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의 심각도와 항체 형성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백신을 맞고 별 증상이 없다고 해서 백신 효과가 없을 것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엘레노어 라일리 에든버러 대학 교수도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면역체계에는 엄청난 유전적 다양성이 있다"며 "사람마다 경험이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고 했다. 즉 유전적인 면역체계 반응 폭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백신 접종 후 심하게 아프고, 어떤 사람은 별 탈 없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면역체계의 다양성에 따라 백신 이상반응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