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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최태원 SK 회장 "'맞춤 스토리'의 주체가 되자"

22일 최 회장 등 임원 30여명 SKMS연구소서 확대경영회의

2021-06-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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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넷제로'는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자는 '넷제로' 추진을 강조했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 경영에 무게를 싣고있는 만큼, 발 빠른 행보를 통해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지난 22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1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는 경쟁력의 문제"라며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커져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SK CEO들은 이날 글로벌 화두인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넷제로 추진을 공동 결의했다. 그룹사들이 2050년 이전까지 이산화탄소 등 7대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SK머티리얼즈가 넷제로 달성 목표를 2030년으로 잡은 것을 필두로, 각 사별로 조기달성 목표를 수립했으며 최소 10년 단위로 중간목표를 설정해 그 결과를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그룹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약 35%, 2040년까지 약 85%를 감축, 기후 대응 리더십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는 SK가 탄소 감축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를 2030년까지 65%, 2040년까지 93% 줄여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지난해부터 그룹이 강조해 온 '파이낸셜스토리' 역시 이날 또 하나의 화두였다. 파이낸셜스토리는 ESG경영을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겠다는 그룹 비전 전략이다. 특히 최 회장은 그룹이 그동안 실천해 온 딥체인지의 모든 방법론들을 유기적으로 담아낸 '좋은 파이낸셜스토리'의 완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공감과 신뢰를 얻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 그룹은 그동안 수소, 배터리, RE100 등 환경분야를 선도해 왔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회적 가치, 더블보텀라인(DBL), 공유인프라, ESG 등 여러 딥체인지 방법론으로 많은 성과를 이뤘다"라며 "이제는 이 같은 방법론들을 한 그릇에 담아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결국 신뢰를 얻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키워드로는 '동기화'를 꼽았다. 각 회사의 미래 비전에서부터 이사회 운영, 구성원 평가 등 모든 요소가 파이낸셜 스토리 내에서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것처럼 조화를 이루고, 이해관계자별로 맞춤 스토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각 사별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따른 산업별 메가 트렌드 변화 및 글로벌 환경 변화 등 어려운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는 만큼 CEO들은 구성원, 투자자, 이사회, 사회 구성원 등 내외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믿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파이낸셜스토리 완성의 주체가 될 것을 주문했다.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스토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반도체, 수소 등을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스토리로 만들었을 때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만큼, 그룹 전체 차원에서 넷제로 조기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이 오는 10월 개최되는 CEO세미나와 더불어 SK그룹 양대 핵심 회의로 꼽히는 확대경영회의에서 넷제로로 대표되는 친환경 전략을 강조한 것은 최근 그룹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ESG경영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지난해 11월 지주사인 SK(주)를 비롯한 8개 관계사가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모임)' 가입한 것을 필두로 친환경 행보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10억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SK E&S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기술로 부상 중인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연구개발에 나선 상태다. 정유사업이 중심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주유소를 매각해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등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평소 최 회장이 'ESG경영 전도사'로 불릴 만큼 대외적인 행사에서 해당 요소를 강조해 온 만큼, 그룹사 수장들이 참여한 이번 회의의 주요 화두 역시 자연스럽게 친환경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이를 위한 실질적 성과의 효율적 도출을 위해 보다 세부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는 평가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그간 딥체인지를 위해 다양한 혁신을 시도해 왔으나 아직 실질적 변화와 성과는 부족해 보인다"라며 "올해가 파이낸셜스토리 실행의 원년인 만큼 각 사의 파이낸셜스토리가 이러한 관점에서 제대로 수립되었는지 재차 점검해 과감하고, 빠르고, 냉철하게 실행하자"라고 주문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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