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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페트병으로 옷 만든다…재활용에 꽂힌 석화업계

SK케미칼-휴비스,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친환경 원사 생산

2021-07-0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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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원료와 섬유로 만드는 친환경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유망 기업에 지분 투자를 확대하는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 14일 서울 송파구 자원순환공원에 재활용될 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1일 업계에 따르면 석화업계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 기술 및 제품 상용화로 친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활용 산업은 석화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국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활용 제품 관련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25년까지 화장품 용기를 비롯한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비중을 55%까지 확대한 후 오는 2030년부터는 이를 10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도 2030년까지 재활용 비중을 60%까지 늘릴 방침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국내 폐페트병 배출량은 30만1829t톤에 달하며, 관련 재활용 제품 시장은 내년 약 42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케미칼 리사이클 원사. 사진/SK케미칼
 
SK케미칼(285130)휴비스(079980)와 함께 국내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케미칼 리사이클) 방식을 적용한 폴리에스터 원사를 생산한다. SK케미칼이 케미칼 리사이클 페트(CR PET)를 생산해 공급하면 휴비스가 이를 활용해 원사 제품을 만든다. 폴리에스테르 생산업체 휴비스는 전주공장에 폐페트병 리사이클 칩 생산이 가능한 자체 설비를 구축하고 원사를 생산하고 있다. 
 
케미칼 리사이클은 폐플라스틱과 의류를 분해해 원료 상태로 되돌려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케미칼 리사이클 소재는 ‘물리적 재활용’ 소재보다 미세 이물질이 적어 원사 생산 중 실이 끊어지지 않고 염색이 균일해 보다 고품질의 원사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리적 재활용은 수거된 PET병 등을 잘게 분쇄해 가공한 재생원료(PCR)를 섞어 사용하는 방법이다. 
 
앞서 SK케미칼은 폐페트를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기술 및 설비를 가진 중국 스예(Shuye)에 230억원을 투자, 10%의 지분을 취득하고 케미칼 리사이클 원료 생산 능력 2만톤 구매권한을 확보했다. 이에 케미칼 리사이클 원료와 케미칼 리사이클 페트 관련 제품의 한국시장 독점권을 따게 됐다. SK케미칼은 리사이클 제품 판매 비중을 오는 2025년 5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1일 환경부 한정애 장관(왼쪽 세번째)이 SK이노베이션 대전 환경과학기술원을 방문해, SK종합화학 나경수 사장(왼쪽 두번째) 등과 SK종합화학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석화 사업 자회사 SK종합화학은 북미 소재 전문기업 루프인더스트리사에 투자해 해중합 기술을 확보했다. 해중합 기술은 폐페트를 화학적으로 분해·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양사는 내년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2023년 연산 8만4000톤 규모의 폐페트를 처리할 수 있는 공장 건설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한국 등 아시아지역 내 총 4곳에 재생 페트 생산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고 글로벌 기업들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이미 프리미엄이 형성된 고품질 재생 페트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K종합화학은 지난 1월 열분해 기술을 보유한 미국 브라이트마크사와도 협력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 연료 및 천연가스 추출 공정 관련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얻는다. 제조한 열분해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수준에 따라 순도 높은 납사 등 화학 원료를 얻어낼 수 있다. 폐플라스틱 100만톤을 열분해 하면 원유 540만 배럴에 해당하는 원료를 뽑아낼 수 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자원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효성티앤씨와 플리츠마마가 지난 3월 서울지역 페트병을 모아 만든 의류. 사진/효성티앤씨
 
효성(004800)그룹 석화 계열사 효성티앤씨(298020)는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터 섬유 '리젠'으로 순환경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효성티앤씨는 친환경 패션스타트업 '플리츠마마'에 지분 투자 계획을 밝혔다. 효성티앤씨와 플리츠마마는 2018년부터 '리젠'으로 만든 가방으로 시작으로 지난해 4월 제주시와 '리젠 제주', 올해 3월 서울시와 '리젠 서울', 4월 여수광양항만공사와 '리젠 오션' 등 다양한 친환경 협업을 진행했다.
 
효성의 리젠은 폐페트를 칩으로 만든 뒤 제작된 것으로, 친환경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대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지난해 불순물 세척 공정을 추가·강화하는 등 고품질 섬유 생산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폐페트 분리부터 재활용 생산까지 이르는 순환경제 생태계를 만든다는 포부다.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는 국내 최초로 재활용 플라스틱 필름을 개발해 친환경 소재의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섰다. 코오롱인더가 LG생활건강과 롯데알미늄에 재활용 플라스틱(PCR) 원료를 사용한 폴리에스터 필름을 공급한다. 압출 성형용 시트나 재생 원사 생산에 적용하는 데 그쳤던 PCR 페트 원료가 품질관리나 형태 가공이 까다로운 필름 생산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활용품, 식품포장용, 산업용 등 플라스틱 필름 적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친환경 포장재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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