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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르포)지방권 첫 주말 '원정 술자리'…"수도권 유예 무슨 소용"

'쿵짝쿵짝' 핫플 거리엔…장맛비도 못 막는 인파

2021-07-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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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서울 사람들이 지방에 내려와 원정 술자리를 갖는데 도대체 수도권 방역강화가 무슨 소용이나 싶다.” <대학원생 정모(28) 씨>
 
“태우는 손님들 얘기를 듣다 보면 이곳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청주도 코로나 청정지역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 손님을 태운 뒤에는 불안해서 한 번 더 내부소독을 하고 있다.” <택시기사 한모(43) 씨>
 
“지방 자율권이요? 여름 휴가철과 겹치면서 지역사회 전파로 번질 수밖에 없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솔직히 물리적으로 어떻게 통제하겠나. 결국 성숙한 시민의식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자체 공무원 A씨>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주 유예한 수도권과 달리 지방권의 첫 주말은 완화된 자율권을 누리려는 인파들이 저마다 술집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세종시와 충청권의 경우 유흥시설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 데다,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이 8명까지로 늘어나면서 이른바 ‘핫 플레이스’ 주변엔 인산인해였다.
 
특히 거리두기 개편안이 시행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지난 3일 토요일 저녁 9시, 충북 청주시의 한 대학교 주변 풍경은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이곳은 20대들에게 손꼽히는 청주의 ‘핫플(핫 플레이스)’로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우산을 챙겨 거리로 나선 사람들로 북적였다.
 
8명 기준이 무색할 정도로 테이블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합석하는 헌팅포차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한껏 멋을 낸 사람들의 대기줄 사이로는 '턱스크(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착용)'를 한 일부 손님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입구 앞 캐노피에서는 비를 피하며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광경도 목격됐다.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43명이다. 사진은 한 지방 도시의 번화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여기야 서울 촌놈!" 한 술집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큰 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이곳이 어색한 듯 입구를 서성이던 한 남성이 친구들로 보이는 테이블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자리를 잡았다. 출입자 명단 확보를 위한 안심콜 번호가 입구에 비치돼 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새로 들어온 손님을 확인하는 이는 없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기 바빴다. 구슬땀이 맺힌 코 끝이 보일 정도로 마스크는 제대로 쓰지 않았다.
 
인근에서 거주하는 대학원생 정모(28) 씨는 "수도권에서는 특히 술집에서 젊은 층들이 많이 감염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서울 사람들이 지방에 내려와 원정 술자리를 갖는데 도대체 수도권 방역강화가 무슨 소용이나 싶다"고 말했다.
 
음악소리가 가득 찬 다른 장소에서는 테이블에 6명 이상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것 처럼 보이는 이들은 서로의 귀에 대고 고성에 가까운 대화를 나눴다. 
 
한 술집 운영자는 “거리두기 완화를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이 정도로 붐빌지는 몰랐다. 사실상 스스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다. 아르바이트를 뽑을 여력이 되지 않았던 것도 있다”고 토로했다.
 
충북지역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신규 확진자가 15명 발생했다. 이들 중 6명은 수도권 확진자와 접촉한 이후 감염된 사례다.
 
'청주 토박이'이라는 택시기사 한모(43) 씨는 "태우는 손님들 얘기를 듣다 보면 이곳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며 "청주도 코로나 청정지역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 손님을 태운 뒤에는 불안해서 한 번 더 내부소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43명이다. 사진은 새로운 거리두기가 시행된 한 지방 도심의 첫 주말 풍경. 사진/뉴스토마토
 
비수도권인 밤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날 수도권 경기도에 위치한 한옥 형태의 대형 카페에도 낮 시간대부터 차량행렬이 줄을 이었다. 굵은 빗줄기를 뚫고 몰려든 가족, 연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건물 밖 뒤편으로는 인원에 상관없이 착석한 야외 자리가 문전성시였다.
 
강동구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6명이 옆자리에서 의자를 가져다 앉을 정도였다. 입구에서 방역 체크는 잘 이뤄졌으나 인원 체크나 현장을 지도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43명이다. 하루 만에 700명대로 내려왔으나 여전히 800명을 육박한 규모다.
 
백신 1차 신규 접종자는 1150명, 누적 1차 접종자 수는 1534만7197명이다. 접종률은 인구 대비 29.9%다. 2차 신규 접종자는 1만6659명으로 누적 531만9954명, 접종률은 10.4%에 불과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지치고 힘들겠지만 풍선효과로 인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지역사회 전파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라며 방역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시 관계자는 “지방 자율권이라고 하지만 여름 휴가철과 겹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물리적으로 어떻게 통제하겠나. 결국 성숙한 시민의식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43명이다. 사진은 수도권 새 거리두기 완화가 한주 유예된 첫 주말 경기도의 한 대형 카페 풍경. 사진/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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