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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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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수산업자 게이트' 광풍…'잡범 사건'에서 '특검 퇴임'까지

사기범 김모씨, 직업 없이 서민 36명 상대 사기

2021-07-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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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현직 부장검사부터 야당 중진 의원들, 경찰서장, 언론사 간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박영수 특별검사까지.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가 수산물 등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정관계 인사는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은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2018년 감옥에서 나온 김씨는 거물급 인사들과 관계를 맺고 1000억원대 유산 상속자 행세를 하며 더 큰 사기극을 벌였다. 정관계 인사 금품 로비 및 사기뿐 아니라 김씨가 특별 사면된 배경에 대해서도 각종 의혹이 제기된다.
 
김씨가 대외적으로 내세운 직함들은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다. 그가 운영했다는 수산물업체와 고급 외제차 소유 렌터카업체도 사실상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11월 대구지법 포항지원 판결을 보면 김씨에 대해 "일정한 직업이 없다"고 나와 있다. 김씨는 자신을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라며 접근해 개인회생 및 파산절차를 진행해주겠다고 속여 서민 36명을 상대로 1억6000여만원을 가로챘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을 본 법원장 출신의 한 판사는 "잡범 수준"이라고 김씨를 평가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에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고나면 늘어나는 '권력층 선물 리스트'
 
'수산업자 게이트'의 시작은 김씨가 구치소에 복역하면서 시작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김씨는 2016년 11월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아 복역하던 중 대구교도소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감된 월간지 기자 출신 송모씨를 만났다. 송씨는 경북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선거법을 위반해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교도소 동기로 만난 두 사람은 급격히 친밀해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씨가 송씨를 알아보고 이른바 '빵잽이'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 '빵잽이'라는 말은 교도소 수감 경험이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는 김씨가 송씨의 비서 비슷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김씨와 송씨가 출소하면서 빛을 발한다. 김씨를 만난 정치권 유력인사 중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김 전 대표는 송씨와 20년 이상 인연을 유지했던 인물이다. 인맥고리는 계속 연결됐다. 김 전 대표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이 논설위원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 의원은 최근 이 전 논설위원의 소개로 김씨를 만난 사실을 인정하고 "(이미 그때)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봤다"면서 선을 그었다. 
 
김씨와 송씨의 인맥 넓히기는 박영수 특검에게까지 뻗혔다. 박 특검은 특검 임명 전 변호사 시절 송씨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았다. 이 인연으로 박 특검은 후배 이모 검사를 소개했다. 국정농단 사정 시절 박 특검에 파견됐던 이 검사는 포항지청으로 발령이 날 무렵 김씨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지난달까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1000억대 상속자로 신분 세탁
 
정치권뿐 아니라 검찰, 경찰, 언론계 등 전방위에 걸쳐 인맥을 쌓은 김씨는 과거 잡범과는 비교도 안 될정도로 대담해졌다. 현재 재판받고 있는 사건의 공소장을 보면 김씨는 1000억원대 유산을 상속받은 수산업자로 신분을 세탁하며 거대 사기극을 벌였다. 정치권과 ‘검·경·언’ 네트워크를 내세워 존재하지도 않는 선박 운용과 선동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매매사업 명목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공소장에 적힌 혐의만 봐도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 2년여간 7명에게서 가로챈 돈이 116억여원이다.
 
법조계에서는 김씨가 이 투자금으로 고급 외제차들을 대거 할부 또는 리스해 박 특검 등에게 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피해자 중엔 김무성 전 의원의 형, 송씨 등도 포함됐다. 김 전 의원의 형 피해 규모가 약 86억5000만원으로 가장 컸으며, 송씨 피해액은 17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7년 7월 이재용 삼성 부회장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권 인사부터 시작된 '거미줄 인맥'
 
박 특검은 김씨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려 결국 지난 7일 사의를 표명했다. '포르쉐 차량' 논란 중간에는 김씨 측 변호인 중 한명인 이 모 변호사가 있다. 박 특검 측에 따르면 이 변호사가 김씨에게 부탁해 포르쉐를 시승용으로 연결해줬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박 특검팀 특별수사관이었다. 박 특검 측은 2~3일간 시승 후 포르쉐를 되돌려 보낼 때 렌탈료 250만원을 함께 지급했다고 했다. 이 변호사를 통해서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이 돈을 김씨에게 즉시 돌려주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차를 돌려주고 며칠 뒤 박 특검이 봉투를 줬다"며 "포항 내려가는 길에 김 씨에게 전달해주려고 했는데 서랍 같은데 넣어놨다가 (전달하는걸) 잊어버렸다"고 해명했다. 박 특검이 차를 돌려준 때로부터 3개월쯤 뒤다. 이 시기는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김씨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잡고 내사를 벌이고 있던 때다.  
 
김씨와 송씨의 인맥은 정부 여당 인사들까지 뻗쳤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 2월 친한 정치인 소개로 김씨와 식사를 하고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최근 언론을 통해 인정했다. 다만 만남은 이어지지 않았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1회성 만남이었다는 것이다. 정봉주 전 의원도 김씨와 선물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김씨가 2018년 특별사면을 받은 배경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하는 모습이다. 대통령 특사 전 사회 각층을 통해 민심을 전해듣는데 그 업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 버젓이 있는데 특사
 
법무부 ‘2018년 신년 특별사면 실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살인·강도·조직폭력·성폭력 범죄·뇌물수수 등을 제외한 일반 형사범 중 형기의 3분의 2 이상을 복역한 831명은 남은 형의 집행을 면제받았다. 김씨는 이 중 1명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김씨의 형 집행률이 81%가 돼 사면기준에 부합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대변인도 지난 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씨의 당시(특별사면 전) 혐의는 5억원 이상의 특경 사기(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가 아닌 일반 사기(일반 형사범) 였다”며 “절차상 특별한 사정은 없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김씨와 같은 사기꾼이 특별사면된 게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형사전문 한 변호사는 “김씨의 경우 당시 사기 규모가 1억원대였고, 청와대 법무부 해명대로 형기를 거의 채웠다면 경우에 따라 특별사면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사기 규모가 1억원 안팎인 사기범들은 통상 피해액 100% 변제 등의 요건을 이행해야 특별사면을 받게 된다”며 “(김씨가) 일부만 변제했는데도 사면을 받은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2008∼2009년 변호사 사무장을 사칭해 서민 36명으로부터 1억6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2016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10% 가량의 변제만 이뤄졌는데도 김씨는 2017년 12월 말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출소했다.
 
사기 수산업자 김모씨가 '변호사 사무장 사칭' 사기죄로 기소됐을 당시인 2016년 11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김씨에 대해 선고한 판결문 캡쳐.
 
수산업도 가짜, 직함도 가짜
 
이 밖에 김씨는 언론, 사회단체 등에서 주요 역할을 맡아 사회공헌에 일조하고 있다고 내세웠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뉴스토마토> 취재결과 확인됐다.
 
김씨가 대외적으로 밝힌 직함에는 한국언론재단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상임위원, 유니세프 경북지회 후원회장 등이 기재돼 있다. 유니세프 관계자는 “경북지회 자체가 없다”면서 “(김씨) 사칭 관련 사내 변호사와 상의 후 (법적 대응) 절차를 밟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진흥재단 측도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라는 조직은 없다”면서 김씨와 이름이 같은 지방 지사장에 대해서는 “동명이인일 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인터넷신문위원회 측도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이름도 다르고, 상임위원 자체가 없다”고 못 박았다.
 
김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경북 포항 B사와 렌터카 업체는 실체가 불분명하다. 사업체 소재지는 공터로 방치돼 있으며 법인사업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라진 투자금 116억 행방은?
 
김씨 측 변호인은 지난 7일 재판이 끝난 뒤 “게이트가 아니다”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단순 사기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김씨 측 이모 변호인은 과거 박영수 특검팀 특별수사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김씨 본인도 힘들어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박 특검의 의중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의에는 말을 아꼈다.
 
앞으로 김씨 로비 의혹을 규명할 '트리거(방아쇠)'는 그가 편취한 자금 흐름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116억원 투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다만 피해자 중 일부는 김씨가 로비를 벌인 정치인 등과 얽혀 있고, 이 사태의 '돈줄'의 윤곽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씨의 자금 용처를 알아내려면 수사 범위를 정관계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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