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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준비된 K-배터리 '큰 손' 스텔란티스 탑승 청신호

'수급 지역' 점찍은 유럽·북미 생산시설 확보

2021-07-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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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글로벌 4위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의 공격적인 전기차 육성 선언에 국산 배터리 향후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방대한 내수 수요를 앞세워 점유율을 위협 중인 만큼, 국내사들이 한 수 위라고 평가받는 유럽·북미을 기반으로 한 매머드급 신규 수요자 등장에 업계 안팎으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최근 화상으로 진행된 'EV데이 2021' 행사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300억유로(약 41조원)을 투자해 산하 모든 브랜드에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라인업의 70% 이상, 미국은 40% 이상을 순수전기차 또는 하이브리카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앵그룹(PSA) 간 합병으로 올 1월 출범한 회사다. 양사 합병으로 연 생산 870만대 규모를 구축한 글로벌 4위 업체로 급부상했다. 산하 브랜드만 14개에 달한다. 전통 자동차 브랜드들의 발빠른 전기차 전환 속 다소 더딘 행보를 보여왔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방향성을 완전히 못 박으며 배터리 기업들의 거물급 잠재 고객으로 떠올랐다. 
 
스텔란티스는 8일(유럽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EV데이 2021' 행사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300억유로(약 41조원)을 투자해 산하 모든 브랜드에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스텔란티스
 
이번 발표에서 손 잡을 배터리 업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상황은 국내 기업들에게 우호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사들 대부분이 유럽과 북미 지역 생산시설을 갖추고 이미 현지에 물량을 공급 중이기 때문이다. 스텔란티스가 260GWh 이상의 전기차 물량 확보를 목표로 유럽·북미 생산시설을 통해 배터리를 수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해당 지역에서 국내사들의 수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사들이 최근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 능력 증대에 힘을 싣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산 배터리 업체는 오는 2030년 40조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기술 확보 및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 역시 배터리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 등을 통해 지원사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 생산기지 폴란드 1공장 증설을 통해 120GWh 수준의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을 연내 150GWh까지 늘리고, 2023년 26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미시간주에 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미국에선 오는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해 70GWh 규모 공장 2곳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GM과 합작해 건설 중인 35GWh 규모 오하이오 합작 공장 '얼티움셀즈'는 내년에 가동을 시작한다. 또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 140GWh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테네시 30GWh 규모 공장 역시 연내 착공이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생산시설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루
 
지난 1일 스토리데이를 통해 내년 글로벌 판매 TOP3를 목표로 제시한 SK이노베이션(096770)도 올해 흑자 달성을 발판으로 현재 40GWh 수준의 생산산량을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까지 끌어올린 뒤 2030년 500GWh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공격적 증설을 통해 배터리 사업 부문의 분할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럽에선 연산 7.5GWh 규모의 헝가리 1공장을 가동 중인 가운데 2공장(9.8GWh) 건설이 한창이다. 추가적으로 3공장 구축도 추진 중이며, 북미에선 포드와 합작사 계획을 알린 상태다.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 생산공장 전경. 사진/삼성SDI
 
삼성SDI(006400)는 유럽 생산기지인 헝가리 괴드 공장의 라인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현재 2배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2공장 건립 역시 추진 중에 있다. 특히 삼성SDI의 경우 스텔란티스의 북미 지역 파트너로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국내사 가운데 아직 유일하게 미국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최근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데다 이미 FCA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협업에 유리한 입장이다. 또 해당 지역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각각 GM, 포드와 공고한 협업 관계를 유지 중인 점을 감안하면 생산 능력 측면에서도 삼성SDI와의 연결고리에 무게가 실린다. 
 
스텔란티스가 향후 채택할 배터리 형식을 단정짓지 않았다는 점도 국내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사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인 중국 CATL의 경우 각형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와 원통형을,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을 생산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을 단독생산한다. 스텔란티스가 어떤 방식의 배터리를 채택해도 국내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모두 대응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형 잠재고객의 등장으로 배터리 업체 경쟁력은 기술은 물론 생산능력에서 갈리게 될 것"이라며 "국내 대표사들이 매년 1.5조~2.5조원 수준의 투자를 통해 공격적인 설비 증축에 나서고 있는 만큼 대형 고객사들 유치 경쟁력에서 뒤쳐질 부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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