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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IB토마토](창간2주년 기획: 2021년, 왜 ESG인가)③중후장대 기업, 생존 위한 ESG 키워드는 ‘신재생에너지’

두산중공업·한화, 신재생에너지·수소사업 강화

2021-07-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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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07월 16일 6: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기업에게 ‘이윤추구’만을 바라지 않는다. 친환경, 불평등 완화, 투명한 의사결정 등 사회적 가치를 요구하며 ‘ESG’가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도 ESG 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ESG투자를 확대하면서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비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대출 등 금융거래와 정부사업 입찰, 인수·합병(M&A)에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 설립,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등 ESG 경영이 강화되고 있다. ESG는 이제 기업 경영의 부대조건이 아닌 본류로 부상하며, 2021년은 ESG가 경영의 핵심이 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되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2주년을 맞아 기업이 왜 ESG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과 향후 전망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산업군에 따른 ESG 경영 현황과 과제 등을 6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인류의 발전에 꼭 필요한 일을 해왔음에도 이제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내몰리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이다. 철강·발전소·중장비·조선 등 무겁고·두텁고·길고·큰 제품이나 자재를 다루는 이른바 중후장대 기업들은 동서고금·의식주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ESG 경영과 수익성의 관계가 날로 밀접해지는 지금, 기존 사업을 버릴 수 없는 중후장대 업계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개척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두산중공업, 석탄 못 버려도 ESG 최선···신재생에너지 강화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대표적인 중후장대 기업으로는 두산중공업(034020)이 있다. 대외적으로는 아직 석탄화력·원자력 등 발전소 관련 사업자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두산중공업은 국내 1위 해상풍력발전 사업자다. 설계부터 제품 공급·설치·운영·유지보수 등 전 영역의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2025년에는 8MW 부유식 해상풍력 터빈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 국내 풍력발전 수주 내역/두산중공업
 
수소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두산(000150)그룹은 박정원 회장의 지휘 아래 특별부서를 꾸려 수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두산중공업은 수소액화 플랜트 건설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경상남도 창원시 등과 '창원수소액화사업 EPC 계약 및 투자확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오는 2022년까지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내 부지에 국내 첫 수소액화 플랜트를 지을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수소생산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독보적인 국내 점유율을 보유한 원자력발전(원전) 부문에서는 미국의 뉴스케일과 손잡고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SMR은 건설 비용이 적고 안정성이 높으며, 전기분해로 청정수소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석탄화력발전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 전면 중단’·‘2022년 석탄발전 총량제 도입’ 등 정책을 통해 탈석탄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두산중공업의 석탄화력발전 관련 매출 비중은 35~40%에 달한다. 석탄화력발전사업의 비중을 유지할 경우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석탄발전소 사업의 성격이 수요 주도적이고,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단번에 사업을 중지하거나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2005년부터 풍력발전 시장에 진출했을 정도로 신재생에너지와 ESG에 대한 관심은 크다”라고 설명했다. ESG에 소홀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와 수익성으로 인해 석탄발전을 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의 수주 비중 개선 목표/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점차 신재생에너지 등의 수주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ESG경영을 강화해갈 방침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1분기 기업설명(IR) 자료 통해 ‘△신재생에너지 △수소 △가스터빈 △차세대 원전 및 해외원전 등 4대 성장사업의 수주 비중을 올해 29% 수준에서 2025년 62%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비전과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환경 부문 ESG 등급 평가에서 A를 받았다.
 
한화, 방산 기업 꼬리표에 해외 진출 난항 겪기도···수소·태양광 강화 
 
석탄발전만큼이나 ESG에 치명적인 사업을 안고 있으면서도 활발한 ESG 경영으로 인정을 받는 기업도 있다. 한화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 대표 방위산업체 한화(000880)디펜스를 보유한 한화그룹은 전쟁에 필요한 무기와 물자 등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ESG 평가에서 다소 불리하다. 실제로 분산탄 제조 사업을 영위할 당시 한화는 일부 유럽 국가에 태양광 사업 등을 진출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뉴질랜드·프랑스·벨기에·아일랜드·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이 분산탄 업체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거나, 공적연금의 운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산탄은 파편 등을 흩뿌리는 방식으로 밀집 지역을 공격하는 무기로,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커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한화는 현재 분산탄 사업을 매각한 상태이며, 이를 통해 뉴질랜드 태양광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휴전 상태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특성상 그 중요성이 더욱 크기 때문에, 책임 의식을 갖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밖의 분야에서는 ESG 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의 태양광 모듈/한화큐셀
 
한화그룹 역시 두산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한 새 먹거리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사업을 선정하고, 역량을 집중해 ESG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009830)의 자회사 한화큐셀은 미국·독일·한국 등 주요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삼성전자(005930)와 손잡고 미국 가정용 에너지 시장에 진출했다. 
 
수소 산업의 경우 한화솔루션과 한화큐셀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생산을, 한화파워시스템과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이 수소저장을, 한화종합화학이 수소혼소발전을 담당하며 역량을 키우고 있다.
 
조선업계, 친환경 동력 선박 개발 박차···연료전지·암모니아 등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개발·생산하기 어려운 조선업계에서는 친환경·재생에너지를 동력으로 하는 선박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한국조선해양(009540)의 자회사 현대미포조선(010620)은 전기추진 스마트 선박과 암모니아 추진 선박을 개발 중이다. 수소를 고체화한 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줄일 수 있어 ‘친환경 무탄소’ 대체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발전효율이 높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선박용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042660) 역시 미래 선박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리튬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시스템’을 한화디펜스와 함께 연구 중이다.
 
포스코, 수소 등 친환경 사업한다지만···근로자 안전사고 잇따라
 
국내 다수의 중후장대 기업들은 각각이 지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업 체질 개선을 통해 ESG 경영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제대로 된 ESG 대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중후장대 업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제철산업’의 대표주자 포스코(005490)다. 포스코가 ESG 관련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차(005380)그룹·SK(034730)그룹·효성(004800)그룹과 함께 9월 중 수소기업협의체를 설립할 예정일 정도로 친환경 수소 사업에 적극적이다.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2050년까지 그린수소생산 500만t·수소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친환경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개발해 2050년까지 사업장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우려스러운 점은 미래 수익 사업에 집중한 나머지 현재의 ESG 지표와 직결되는 근로자의 안전은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2019년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중대 재해자 수 목표를 0명으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포스코에서는 5명의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 사업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총 19명에 달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2월 청문회 자리에서 "안전을 최우선 해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겠다"라고 약속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3월에는 포스코케미칼 공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고, 4월에는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 포항제철소에서 225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5월에는 광양제철소에서 근로자가 사망했고, 지난 6월에도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사 직원 3명이 이산화탄소 가스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 측은 “안전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고 안전 규범과 조치 등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지만, 노조 측에서는 “코로나로 인원 운영비를 삭감해 오히려 인력이 줄고 안전사고가 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반복되는 근로자 사망사고를 이유로 올해 초 포스코의 사회  부문 ESG 등급을 B+에서 B로 강등했는데, 연말까지 사고가 더 발생할 경우 강화된 모범 규준에 따라 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학계 관계자는 “다른 중후장대 기업의 경우 영위하는 사업이 ESG에 맞지 않아 고민하지만, 포스코의 경우는 다르다”라며 “만반의 준비로 막을 수 있는 인명 사고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통감하고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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