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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메아리뿐인 ‘집값 고점론’

2021-07-16 23:00

조회수 : 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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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연이어 ‘집값 고점론’을 설파합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실질가격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의 고점에 근접했다”라고 경고한 데 이어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 걱정이지만 2~3년 후에는 반대 고민을 해야 할 수도 있다”라며 “'영끌'해서 구매했다가 처분 시점에 자산 가격 재조정이 일어나면 힘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꾸준히 흘리면서 집값 조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음 위원회 회의 때는 인상할 여지가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다음(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릅니다. 수급 불균형의 개선 없이는 집값 안정이 요원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정부가 공급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제 추진하는 단계에 그치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급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4~5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강산이 절반은 바뀔 시간입니다. 양도소득세 완화 가능성도 낮아 단기 매물이 늘어날 여지도 적습니다. 신규 공급 전에 매물이 쌓여 가격이 떨어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전세시장이 불안한 점도 매맷값을 띄우는 원인입니다. 임대차법 이후 고공행진하는 전세가격에 차라리 매매로 나서는 이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전셋값이 하락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임대인의 세금 전가 이슈에 입주물량 감소 등 하락 요인이 상당합니다. 한 전문가는 “매매는 금리인상이라는 하락요인이라도 찾을 수 있지만 전세는 상승요인밖에 없다”라며 전세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부동산 매수세가 쉬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상당합니다.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집값은 수천만원, 수억원씩 뛰기 때문입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좀 더 커지더라도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려는 이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정부가 경고한 대로 수년 뒤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폭락 수준의 하락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사실 집값 하락도 그 자체로 경제 리스크입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어 경제 전반적인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폭락하지 않도록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결국 수년 뒤 나타난다는 집값 조정은 수요자들이 기대하는, 혹은 집주인들이 우려하는 정도까진 아니란 겁니다.
 
전문가들은 익명을 요구하면서 높은 수위로 정부의 ‘집값 고점론’을 반박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현실 인식을 너무 못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의 일갈이 유난히 귓전에 맴도는 건 부동산 관리에 실패한 정부가 고점론을 경고하는 모순 때문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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