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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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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북 문제 소통 의미…전문가들 "논의에 중국 넣어 판 바꿔야"

남북미 협상 난항, 중국 역할 강조…"다자대화 전환, 시간 더 필요" 지적도

2021-07-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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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성사된 미중 고위급 대화는 북한 문제에 대해 양국이 직접 소통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중 고위급 인사의 일회성 만남으로는 실질적인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남북미중 4자회담의 협의체 모델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북중이 더욱 밀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중국을 대북 문제 논의에 포함시켜 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셔먼 부장관은 26일 베이징과 가까운 톈진에서 중국 외교부 대미업무담당 차관급인 셰펑 부부장과 공식 회담을 진행하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났다. 이번 회담은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부장이 2+2 고위급 회담을 가진 이후 4개월 만의 미중 고위급 인사들의 일정이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마친 뒤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은 회담 초반부터 중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근본 원인이 미국 내 일각에서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미국이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내세워 자국 내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불만을 중국으로 돌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 회담이 전체적으로 순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세부적인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양국 간 대화의 통로를 유지하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미중이 북한 문제 논의에 직접 소통에 나선 점에 의미를 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북한이 직접 비핵화 문제에 나설 수 없는 환경에서 미중 간 대화는 결국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 자체를 넓혀주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비핵화 문제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북중 간에 이야기할 수 있는 범위 자체를 조정할 수 있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미중 대화를 통해 중국이 북한 핵 문제 논의에 중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미 대화·협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중국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는 "남북미 차원으로 접근했을 때 뭔가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거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인데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북미 차원의 접근이 쉽지 않다면 남북미중까지 확장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현재 상황을 바꿔가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중 양국의 대화만으로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별도의 북핵 문제 논의의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판을 바꿔서 남북미중이 4자회담으로 가면 그 안에서 미국이 중국 인권, 내정 문제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초점이 북핵 문제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중 양자회담에서는 앞으로 북한 문제를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 별도의 논의 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장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미중의 다자구도 전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중 간의 대북 정책에 공통적인 목표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적극적인 문재인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 등이 남북미중 4자회담 협의체 구성을 어렵게 요인으로 꼽힌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에 보면 한미중 협의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뭔가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씩 의견이 교환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 아직까지 미중 간에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공통의 목적이 뭔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협의를 해봐야 될 것 같다. 추후 시나리오라든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미국이 (남북미중 4자회담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은 물론 한미 동맹을 위해서 한국 정부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지만 정부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 대북 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안 띄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4자든, 6자 (대화)든 협의체에 대한 구상이 당장 실현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2019년 6월 노동신문이 북한을 공식 국빈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평양 우의탑을 찾아 꽃바구니를 진정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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