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권새나

쓰러지는 선수들…체감기온 40도 '한여름 올림픽' 개최 이유

최고기온 35도·체감 40도…찜통더위 못 이기고 실신하는 선수도

2021-07-27 12:30

조회수 : 16,02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최근 지구온난화로 살인적인 폭염이 지구촌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됐다. 역대급 무더위 속에서 진행되는 올림픽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여름 올림픽 개최를 강행했다.
 
올림픽 개막 전 외신들은 이번 도쿄올림픽이 역대 가장 더운 올림픽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의 여름 날씨는 높은 온도와 습도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도쿄의 최고 기온은 현재 35도지만 습도와 햇빛으로 인한 체감 기온은 40도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도쿄 대부분 지역에 한낮 바깥 활동 자제를 당부하는 내용의 열사병 '엄중 경고'를, 교토 등 서일본 지역 9개 지역에는 열사병주의보를 발령했다.
 
이와 관련, 포브스 일본판은 "높은 기온과 습도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일사병과 탈수증, 햇볕에 의한 화상 등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고 전했다.
 
도쿄의 무더위가 선수들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3일 여자 양궁 랭킹라운드 경기 중 러시아 선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실신했다. 이날 도쿄 온도는 33도, 체감온도는 38도에 달했다.
 
26일 남자 트라이애슬론 결승전에서 선수들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엎드려 고통을 호소했다. 일부 선수는 구토를 하고, 몇몇은 몸을 가누지 못해 어깨를 부축당한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같은 상황을 미국 칼럼니스트 댄 웨트젤은 '전쟁터'에 비유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트라이애슬론 개인전을 마친 후 쓰러진 선수. 사진/뉴시스·AP
 
남자 테니스 정상급 스타 선수인 노바크 조코비치와 다닐 메드베데프는 남은 기간 동안 경기를 저녁 시간대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더위에 강한 테니스 선수들조차 도쿄의 날씨에 혀를 내두른 것이다. 
 
이에 대해 웨트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실제로 경기 하기에 어려운 것"이라며 "IOC가 왜 승인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27일에는 대형 태풍이 도쿄로 직격할 것으로 예고됐다. 일본 기상청은 제8호 태풍 '네파탁'이 28일 일본 수도권과 도호쿠지역에 상륙할 전망이라고 예보했다.
 
도쿄의 살인적인 여름 날씨와 불안정한 기상상황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개최지 선정 당시부터 불거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IOC는 가장 더울 시기인 7~8월 한여름 올림픽 개최를 강행했다.
 
한여름 올림픽 개최의 이유는 IOC의 최대 수입원인 중계권료 때문이다. 미국 NBC는 2012년부터 2032년까지 6개 대회의 미국 내 중계권료로 77억 달러를 냈다. 
 
만약 가을 올림픽이 개최되면 미국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과 농구, 미식축구 등 다른 인기 종목 경기들과 겹칠 수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누리는 프로축구 개막과 중계가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계 일정이 겹칠 경우,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이로 인한 광고 수입도 감소하게 된다.
 
앞서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하계 올림픽임에도 초가을인 9월에 개막해 10월 초 폐막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도 가을인 10월에 개최했다. 1956년 호주 멜버른올림픽은 위치가 남반구인 이유로 11월에 열리기도 했다.
 
이는 중계권료 시장이 지금과 달리 크지 않았을 때로, 당시에는 개최지에 따라 가을에도 올림픽이 개최됐다. 그러나 이후 중계와 광고 시장이 거대해지면서 IOC는 한여름 올림픽 개최를 고수하고 있다.
 
스위스에 위치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올림픽기.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 권새나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