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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초대석)①"코로나에도 빙하는 녹고, 쓰레기 쌓여"

한국인 최초 그린피스 항해사 김연식씨

2021-08-11 06:00

조회수 : 5,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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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그린피스 항해사가 환경감시선 아틱 선라이즈호에 탑승한 모습. 사진/김연식 항해사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가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바이러스에 안 걸리는 게 우선이 됐어요. 손세정제·소독약품·마스크·포장용기·비닐장갑 등 일회용품을 오히려 장려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죠.”
 
지난 6일 한 커피숍에서 최근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배에 탑니다’를 쓴 김연식(38) 그린피스 항해사를 만났다. 그가 주문한 커피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나왔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매장 내에선 다회용 컵에 나오는 게 당연했다.
 
그가 재차 다회용 컵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커피숍 직원이 방역을 이유로 일회용 컵 사용을 권유했다. 굳이 다회용 컵 사용 의사를 힘겹게 설명한 후에야 다회용 컵에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19와 싸움을 벌이는 2021년 대한민국의 한 장면이다. 
 
일회용 컵 대신 받은 다회용 컵을 만지던 그는 “코로나19로 우리가 위생용품을, 플라스틱을 쓰는 이 순간에도 빙하가 녹고 있고 쓰레기가 버려진다”며 “어찌보면 공포로 인해 편의주의에 빠져 무분별하게 쓰는 것들이 코로나 못지 않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6년 6월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 빙하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한국인 최초 그린피스 항해사인 그는 2015년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 3호에 처음 탄 이후 7년간 아틱 선라이즈호, 에스페란자호 등 그린피스의 모든 환경감시선을 타고 매년 지구를 두 바퀴쯤 돌고 있다. 지구를 두 바퀴쯤 돈다니 호사를 누리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가 향하는 지역은 휴양지가 아닌 지구 곳곳의 환경문제가 벌어지는 현장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2016년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 빙하 위에서 무너지는 영상은 피아노 연주 뒤로 실제 빙하가 무너지는 모습까지 담기며 전 세계에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알렸다. 그는 1600만여명이 본 이 영상을 촬영한 배를 운항했다.
 
아마존에서는 다국적 석유기업에 맞서 거대 산호지대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캠페인을 진행하다 항만청에 심문을 받기도 했다. 남극에서는 몇 년 사이 건강보조식품으로 인기라는 크릴 어선을 저지하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북태평양에서는 면적만 155만㎢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섬을 조사하며, 무려 한글이 적힌 쓰레기를 건지는 성과를 거뒀다.
 
김연식 그린피스 항해사(왼쪽에서 두번째)가 북태평양 플라스틱 쓰레기섬에서 한글이 적힌 쓰레기를 건지고 있다. 사진/김연식 항해사
 
그는 “북극에 갔을 때 깨끗한 얼음과 백야를 상상했는데 이미 빙하가 녹고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황폐하고 더럽고 실망스러웠다.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지역이라는데 이 정도다”며 “플라스틱 쓰레기 섬에서 한자나 일본어가 적힌 쓰레기도 많지만, 하루 10개 정도 한글이 적힌 쓰레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섬 전체 면적으로 환산하면 한글 쓰레기가 40만개, 부서진 조각이나 미세플라스틱을 제외한 육안 식별 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만 이 정도다.
 
‘절반은 항해사, 절반은 활동가’로 심각한 환경문제가 벌어지는 현장을 최일선에서 보지만, 그는 스스로를 슈퍼맨이 아닌 평범한 한국사람 중 한 명으로 설명했다. 그는 “그린피스는 누구를 이끄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뿐”이라며 “저 역시 예전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적도 있지만, 지금은 1회용 플라스틱을 가급적 안 쓰고, 가능한 재사용하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이 하려고 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영화대사처럼 각자의 개인은 작아도 개인들의 뜻이 모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며 “중요한 건 우리 각자가 환경을 손에서 놓지 않고 끝까지 관심을 갖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연식 그린피스 항해사가 환경감시선에 탑승한 모습. 사진/김연식 항해사
 
각자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방안을 묻자 그는 “과잉 소유를 경계하고 물건의 용도를 확장하자”고 조언했다. 그는 “모든 상품은 미래의 쓰레기다. 물건을 필요 이상 소유하는 것은 곧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택배 상자를 쓰레기로 버리면서 우리는 그걸 버릴 쓰레기통을 또 산다"며 "커다란 택배 상자를 잘 잘라서 쓰레기통으로 변용하면 1석2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재활용도 좋지만 애초에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게 좋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적게 소유하고 적게 소비하는 미니멀리즘이 중요하다"며 "굳이 플라스틱 냄비 받침을 사지 말고, 내 책을 냄비 받침을 쓰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고 얘기했다.
 
코로나 시대, 뼈저리게 알게 된 교훈이 하나 있다. 전 세계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한 나라만 확진자가 0이 된다고 이 시국이 끝나지 않는다. 종식선언까지 했던 국가의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며,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연결됨을 또다시 깨닫는 요즘이다.
 
그는 “환경도 마찬가지로 다 연결돼 있다. 우리가 버린, 한글이 적힌 쓰레기가 태평양 한복판에서 발견된다”며 “환경은 나중에 코로나 끝나고 잘 지킬 것이 아니라 코로나 시대에도 방역을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의 상징인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 3호가 2015년 10월9일 오후 부산항 1부두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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