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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필로폰 교부 압수영장으로 확보한 모발, 투약 증거 인정"

"객관적·인적 관련성 있어"…투약 혐의 무죄 판단 원심 파기

2021-08-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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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필로폰 교부와 관련해 발부받은 압수영장으로 피고인에게 확보한 소변과 모발도 투약의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4개월과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 압수영장의 혐의사실과 이 부분 공소사실 사이에 연관성이 없으므로 압수영장에 의해 압수된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고, 그에 기초해 획득한 2차적 증거들 역시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봐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압수·수색에 있어서의 '관련성',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강씨는 지난해 7월11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한 대학교 인근 노상에 주차된 자신의 트럭 안에서 김모씨에게 필로폰 약 0.07g을, 같은 달 16일 아산시에 있는 한 저수지 인근 노상에 주차된 자신의 트럭 안에서 김씨에게 필로폰 약 0.14g을 각각 무상으로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는 그해 9월11일 아산시에 있는 한 병원 화장실에서 필로폰 약 0.05g을 일회용 주사기에 넣어 물로 희석한 후 자신의 팔에 투약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강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2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의 2020년 9월11일자 필로폰 투약 부분 공소사실과 이 사건 압수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간에 객관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바 압수영장에 따라 압수한 피고인의 소변, 모발과 그에 대한 마약감정서 등은 이 사건 압수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거나 이를 기초로 해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고, 해당 증거들을 제외한 수사보고(필로폰 투약부위 사진 첨부)와 첨부 사진은 이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삼기에 충분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2심은 강씨의 공소사실 중 투약으로 인한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4개월에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필로폰 교부의 혐의사실로 받은 압수영장에 따라 확보한 소변과 모발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들은 이 사건 압수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거나 이를 기초로 해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없고, 증거 능력이 없는 이 증거들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 압수영장에 의해 압수한 피고인의 소변, 모발과 그에 대한 감정 결과 등은 압수영장의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고, 나아가 압수한 소변, 모발 등으로 밝혀진 이 부분 공소사실은 압수영장의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의 범행인 것을 넘어서서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로서 객관적·인적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압수한 소변, 모발 등은 공소사실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 타당하다"면서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압수영장의 혐의사실로 피고인의 필로폰 교부의 점만 기재돼 있기는 하나, 법원이 이 영장의 '압수·수색·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로 '필로폰 사범의 특성상 피고인이 이전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필로폰 투약 여부를 확인 가능한 소변과 모발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기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이 부분 공소사실이 압수영장 발부 이후의 범행이라고 하더라도 영장 발부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범행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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