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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대법, '무죄 청탁 대가 채권 양도' 사업가 무죄 확정

"대형 로펌 변호사와 양도 과정서 협의 안 해" 원심 판단 유지

2021-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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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횡령죄로 수사를 받는 사업가에게 집행유예나 무죄를 받게 해주겠다고 한 후 채권을 양도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또 다른 사업가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1년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근처의 일식집에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 등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던 B씨에게 "고등학교 동창이 검찰 고위직에 있는데, 진행 중인 사건에서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을 선고받도록 해주겠다. 158억8500만원 상당의 채권을 양도해 주면 채권을 회수해 절반으로 나누겠다"는 제안을 한 후 이행합의서를 작성하고, 다음 해 1월 채권을 양도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후 A씨는 B씨에 대한 형사 사건의 재판을 방청하면서 증인신문 초안과 예상 답변, 변호인 의견서 초안 등의 법률관계 문서 등을 작성해 B씨의 직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3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500만원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158억8500만원 상당의 채권을 양도받았으나, 이는 검사에게 청탁해 집행유예나 무죄를 받도록 해주는 것에 대한 대가가 아니다. 이 채권은 존재하지 않았고, B씨의 채권 양도 행위도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재판부는 "검사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검찰 고위직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생을 통해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을 받아주겠다'며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채권을 양도받았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행합의서 작성 당시 B씨는 피고인의 진정으로 구속된 후 대형 로펌 소속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을 선임해 보석 결정을 받아 불구속 재판을 받는 상황이었다"며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은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 등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데, B씨는 채권 양도 과정에서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 등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행합의서에 따르면 채권 양도는 2012년 4월30일 그 효력이 상실되므로 피고인은 더 B씨를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는데도 그 이후에도 계속해 증인신문 초안을 작성해 줬다"며 "이행합의서상의 형사 사건에서 B씨는 2012년 8월3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최종적으로 2014년 3월13일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징역 3년6개월의 형의 확정됐는데도 2016년 9월21일에서야 피고인을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검사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B씨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증인신문 초안, 변호인 의견서 초안 등의 법률관계 문서를 작성하거나 법률 사무를 취급하기로 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기로 약속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도 판시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B씨에 의해 주상복합건물 신축 사업 등과 관련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주장은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이행합의서 내용에 비춰 채권 양도가 채권 회수와 추심을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여 채권 회수 후 이뤄지는 이익의 분배도 채권 회수와 추심의 노력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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