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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법원 “명의도용 당한 지적장애인에 부과된 세금 4억 ‘무효’”

실종 지적장애인 명의도용해 주유소 운영·사채 유용

2021-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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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실종 기간 동안 명의를 도용 당한 지적장애인에게 부과된 4억원이 넘는 세금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A씨가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이 무효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여주시장 등을 상대로 낸 납세의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은 이 사건 주유소의 실제 운영자가 아닌 자에게 부과된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 명백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부과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국세 및 지방세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단순히 사업자등록 명의를 대여한 명의대여자에 불과하다”며 “주유소를 실제 경영한 자가 밝혀진 점, 원고의 지적장애 정도에 비춰볼 때 사업자등록의 법률적 경제적 의미를 이해해 이 사건 주유소 사업자 명의를 대여했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 그 운영에 관여한 바도 없어 사업자 명의를 대여한 데 원고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일상생활에 대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할 뿐 인지기능이 전반적으로 지체돼 있고, 자신의 이름 외에는 한글을 읽고 쓸 수도 없었으므로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처분 당시 간단한 사실 확인만 했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주유소를 실제 경영한 사람이 아님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3급 지적장애인으로 누나 B씨의 보호를 받아 생활하다 2014년 실종된 후 수년 뒤 발견됐다.
 
A씨가 실종된 기간 동안 C씨는 2014년 3월 A씨 명의로 여주시 소재 주유소 사업자등록을 하고 운영했다.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등 A씨 명의로 채무도 발생시켰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 누나 B씨는 C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C씨는 2018년 준사기죄로 징역 1년을 확정 받았다.
 
또 C씨는 A씨 명의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지방소득세, 등록면허세 등을 납부하지 않은 채로 2014년 12월 폐업신고를 했다.
 
이에 이천세무서장은 2015년과 2016년 주유소 사업자등록이 돼 있는 A씨에게 2014년도 부가가치세 1억2820만원 및 7442만원과 종합소득세 1억2735만원 및 가산금 6888만원 등을 각각 부과했다.
 
여주시장도 2015년 A씨에게 주유소 등록면허세 3만4000원 및 가산금 1020원과 2016년 지방소득세 1276만원 및 가산금 115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A씨에게 부과된 여주시에 대한 지방세 체납액은 가산금까지 합쳐 총 1395만원에 달했다.
 
A씨 측은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서초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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