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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찍히면 아웃' 조종사 평가 공정해야

2021-09-08 06:00

조회수 : 2,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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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만 켜지면 싸이코로 돌변하는 기장과 오랜 시간 좁은 공간에서 같이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취재 중 듣게 된 한 부기장의 하소연이다. 비행기가 뜨는 순간 기장과 부기장은 '원팀(One Team)'이 돼야 한다. 둘의 합에 수백명의 승객의 목숨이 달렸기 때문이다. 일부 포악한 기장의 사례로 조종사 전체 문화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어느 업종이나 물 흐리는 미꾸라지는 있기 마련이다. 기장도 실력 없고 말 많은 부기장이 반가울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종사들이 쏟아낸 증언에는 믿기 힘든 사례들이 수두룩했다. 사내 입김 쎈 기장한테 찍혀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부기장, 심사관에게 밉보여 평가에서 탈락한 기장 등 조종사 사회 일부에는 비뚤어진 계급과 서열이 존재했다.  
 
직업적 측면에서 조종사는 고액 연봉과 안정된 정년 보장으로 '신의 직업'으로 각광받았다. 조종사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직업이다. 이에 항공사들도 엄격하고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 인재를 선별하고 채용한다. 채용 됐다고 끝이 아니다. 조종사들은 자격 유지를 위해 기장·부기장 관계없이 1년에 3번 자격 심사를 받는다. 극악한 상황을 가정한 전·후반기 모의비행훈련장치(시뮬레이터) 평가와 국토교통부나 사내 위촉심사관으로부터 받는 노선심사는 조종사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조종사들은 우스갯소리로 스스로를 3개월 계약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조종사 사회에서의 낙인은 무섭다. 조종사들은 기량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한다. 평가에서 떨어지면 자격 박탈은 물론 다른 항공사로의 이직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가 워낙 좁다보니 능력 없다 한번 소문나면 조종사가 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비용은 오롯이 스스로가 떠안아야 한다. 경직되고 폐쇄적인 문화 속에서 직업도 평판도 다 잃게 될 수 있다. 
 
조종사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평가에는 능력과는 별개로 평판이 평가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엄청난 압박 속에 진행되는 평가에서 '오늘이 널 보는 마지막이겠네', '어차피 떨어질 거 대충 해'라고 심사관이 조롱하는데 당사자가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심사관 입장에서는 그까짓 비아냥도 못 이기는 사람이 무슨 비행을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 앞에 악의 없는 말 한 마디에 멘탈 터진 조종사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항공 안전 문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금보다 조종사들의 기량을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한 대형항공사 기장은 "비행을 아무리 잘하는 조종사라도 평가관이 불합격시키고자 마음 먹으면 불합격시킬 수 있고, 자격이 부족한 조종사라도 평가관이 합격시키고자 한다면 합격할 수 있는게 비행"이라고 말했다. 조종사 개개인의 기량이 매번 달라지는 환경과 조건에 따라 진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뚜렷한 위계가 존재하는 집단에서 무엇을 기량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어렵지만 풀어내야 할 문제다. 
 
백주아 산업1부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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